[현대경제신문 오보영 기자] 4선 의원(14대~17대) 경력으로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로 분류되는 이규택 前의원이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으로 선임되는 과정에서 비공개 최신정보를 제공받아 지원서를 작성하는 방식의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20일 민주당 박홍근 의원(서울 중랑을 ․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이 교직원공제회로부터 제출받은 ‘이규택 이사장 지원서류’중 직무수행계획서에 따르면, 이 이사장은 일반지원자는 접근할 수 없는 정보를 기반으로 지원서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돼 이사장 선정과정이 애초에 ‘짜여진 각본’에 따라 진행된 요식절차인 것으로 확인됐다.

직무수행계획서 작성양식에는 “본인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공제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직무계획을 응모직위의 특성에 맞게 자유롭게 기술”하라고 돼 있는데, 이 이사장은 8페이지에 이르는 분량을 통해 공제회의 일반 업무현황은 물론, 공제회가 운영하는 부담금의 수급상황을 최신정보를 기반으로 상세히 작성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산현황 자료는 올해 7월말 기준으로 작성됐고, 부담금 수납상황은 8월 기준으로 작성됐는데, 이는 이사장 접수기간(9월4일~10일)에 얻을 수 있는 가장 최신의 정보로서 기관 내부 또는 그 이상의 기관 관계자를 통한 지원이 없이는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도저히 얻을 수 없는 자료다.

이같은 지원서 작성을 통해 이 이사장은 전체 10명의 응모자 중에서 1차 서류심사 결과 1등(88.7점 , 2등인 A △△외고 교장은 85.7점)을 했고, 1등에서 4등으로 압축하여 실시한 2차 면접심사 결과 또한 1등(90.42점, 2등인 A교장은 87.57점)을 하게 됐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료 출신이기도 한 A교장은 박 의원실과의 통화를 통해 “지원을 준비하면서 공제회 홈페이지를 통해 경영공시를 참조했을 뿐 공제회나 주변의 도움을 받은 것은 전혀 없었다”며 허탈해 했고, 다른 응모자인 □□ 공공기관의 B 본부장도 “전혀 도움 받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공제회 홈페이지에 공지되는 경영공시는 분기별로 갱신한 자료를 게시하고 있는데, 이사장 선출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도 게시된 자료가 올해 6월말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어서 이 이사장에게 별도의 자료가 제공되지 않고서는 7월말 자료가 제시될 수 없다.

이에 대해 B본부장은 “어느 날 김정기 前이사장(이규택 이사장 직전)으로부터 이사장직에 응모하라는 전화를 받고, 나는 교육계 출신도 아닌데 될 수 있겠느냐고 물었는데, ‘내가 추천해줄 것이고, 청와대가 교육부 출신을 배제시키려는 분위기이고 하니 응모하라’고 권했다”면서 “그러나 정작 면접을 보러 가니 (임원추천위원회에서 개인당 20분 정도 면접심사를 실시하도록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15분 만에 면접을 끝내더라. 짜여진 결과에 맞춰 들러리 선 기분”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해명에 나선 이 이사장은 “홈페이지 공시자료와 국회에 업무 보고된 자료, 국회 교육관광위원회 위원으로 재직 중인 지인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홈페이지 공시자료는 6월 자료를 기준으로 하고 있고, 가장 최근에 업무보고된 자료도 2012년 말을 기준으로 4월 임시회 당시 교문위에 보고된 자료여서, 7월 최신자료를 제시한 것에 대한 해명이 될 수 없다.

또한 국회 교문위원으로부터 제출받았다는 해명의 경우에도 “7월말 기준으로 작성된 경영현황자료를 국회에 보고한 적이 있느냐”는 확인요청에 대해 교직원공제회가 “해당자료가 국회에 제출된 바 없다”고 확인해 이 이사장의 해명이 거짓인 것으로 확인됐다.

9월26일 개최된 공제회의 운영위원회 회의에서는 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이사장 후보 2명(이규택, A교장) 중에서 이 前의원을 이사장으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운영위원들이 던진 질문은 “연세가 72세인데 건강은 어떠해 보이는가?”와 “A후보자는 교육계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 오신 분인 반면 이규택 후보자는 교육학과를 졸업하셨다고 하더라도 4번의 국회의원직을 수행하시면서 정치인으로 더 알려진 인물인데 공제회 이사장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이에 대해 보고에 나선 운영위원(임원추천위원으로 면접에 참여)은 “건강은 좋아보였다”, “교육위원과 교육위원장을 했기 때문에 교육계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했다”는 답변을 끝으로 요식행위에 그친‘이규택 이사장 선출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처럼 이사장 응모절차 곳곳에서 사전 내정에 의한 요식행위 절차 징후가 드러난 것에 대해 B본부장은 “4선을 지낸 이규택 이사장 같은 거물급이 응모한 걸 알았더라면 애초에 응모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선정절차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는 여당 중진의원 출신인데다가 18대 총선을 앞두고는 이명박계가 장악한 한나라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고, 서청원 前의원(현재 새누리당 경기 화성갑 국회의원 후보) 등과 친박연대를 구성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이 이사장의 입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박 의원은 “친박 거물에 대한 낙하산 인사 강행을 위한 시나리오의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난다”며 “최근 들어 공직을 독점하고 있는 친박 올드보이들의 행태에 국민적 우려가 큰 만큼, 이규택 이사장과 같은 전문성 없는 낙하산들은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