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직접 나선 삼성, 그럴 필요 없다는 SK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최태원 SK그룹 회장.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일본 수출 규제 직격탄을 맞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수장들이 대처에 있어선 다소 상반된 모습을 보여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까지 직접 찾아가 원자재 수급 상황을 직접 챙긴 것과 달리 최태원 SK 회장은 일본행 계획이 없는 모습이다. 언론 대응에 있어서도 둘은 사뭇 다른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데, 업계에선 이 부회장과 최 회장의 경험 및 리더십 차이에 주목하고 있다.

22일 업계 따르면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무역 제재 소식이 전해짐과 동시에 현지를 찾은 반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방일 계획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에서는 김동섭 대외협력총괄 사장에 이어 이석희 최고경영자(CEO) 사장만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당초 재계에선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한 삼성전자와 이재용 부회장의 발 빠른 대응에 기대감을 보였는데, 최근에는 SK와 최태원 회장의 침착한 대응에 주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일본 정부 수출 규제가 특정 업종 및 기업을 대상으로 했다기보다 한일 양국간 정치·외교적 문제에서 비화됐고 이에 일개 기업 수장의 단순 방문이 해결책이 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탓이다.

얼마 전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을 거두며 한국에 대한 아베 정권의 수출 규제 조치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 또한 방일 무용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 역시 “이재용 부회장의 방일 성과가 무엇이냐?”며 “최 회장의 경우 방일 실효성이 현재로선 낮을 것임을 알았기에 방문 계획을 잡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언론 대응에 있어서도 이재용 부회장과 최태원 회장은 차이를 보였다.

이 부회장이 방일 성과 및 향후 구체적 대응 전략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것과 달리, 최 회장은 국내 생산 불화수소 사용 여부를 두고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설전을 벌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최 회장은 소재 국산화 가능 여부에 대해 불확실한 긍정론에 기대지 않고 ‘쉽지 않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언급, “당당하고 속 시원한 발언이었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를 넘어 우리 재계를 대표하는 두 대기업 수장이 위기상황 대처에 있어 이처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CEO로서 경험 차이와 함께 서로가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란 의견이 나온다.

이 부회장과 최 회장 모두 재계 대표 오너 3세로 최 회장이 8살 더 많고 그룹 수장으로서 경력도 1998년 회장에 오른 최 회장이 2012년에야 경영전면에 나선 이 부회장에 비해 훨씬 길다. 위기 상황 대처에 있어 경험이 풍부한 최 회장이 좀 더 침착하고 유연한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국정농단 대법원 선고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파문까지 경영권 승계 이슈가 아직 남아 있다 보니 무엇가 보여주기 위한 액션 자체가 최 회장과 비교해 클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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