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정치판이나 시장판이나 장삿속이 밝아야 살아남는다. 만고의 진리다. 이왕지사 잇속 채우려고 이 바닥에 나선 이상 목표는 하나다. 많이 남겨 두루 배부르게 하고, 오래 버텨 영화를 누리는 것이 꿈이다. 그래서 정치나 장사나 한통속이라는 말은 맞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의 90%는 쇼’라는 말이 맞다는 생각을 굳히게 한 나날이었다. 바로 지난 주말, TV화면에 몸과 마음을 빼앗기고 허무하게 내뱉은 말도 그랬다. ‘참 별 짓다하는군’ 비속어 같아 더는 적을 수 는 없다.

일본에서 열린 G20정상회담과 거푸 판문점에서 있었던 트럼프 미국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이 만나는 깜짝쇼를 안볼 수 없어 본 후의 느낌이 그랬다. 물론 이번 정치 쇼에서 한국인의 관심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동선에 쏠려있었다.

판이 벌어졌으니 우리의 대통령은 거기서 어떤 결실을 거두고 있을까가 관심인 동시에 목표이기에 그랬다. 그런데 이번 장마당(정치 쇼)에서 문대통령은 밖에서 맴돌고 있다는 느낌이 컸다.

곧이어 떠오르는 의문이 ‘우린 뭐지?’였다. 이 쇼에서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무엇을 얻었는가를 묻는 질문이다. 국익에 어떤 보탬이 되었는가를 묻게 된 것이다.

일본에서의 그것은 문대통령이 회의에 참석하기 전부터 예상되던 결과였다. 주최국으로부터 전해오는 냉기가 매몰찼으니까. 거기서 대통령은 기가 팍 죽어보였다. 아예 칭병하고 참석하지 않았으면 했다는 국민도 있을 정도다. 소득은커녕 거의 망신살만 뻗친 셈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쇼가 다른 곳도 아닌 한반도에서 펼쳐졌다. 트럼프미국대통령 기획에 주인공까지 겸한 정치 쇼가 그것이다. 그리고 김정은이 출연한 영화에서 우리 대통령은 보조출연에 불과했다.

이를 두고 3인의 장사꾼들이 나름 잇속을 챙긴 재미없는 쇼였단다. 각자 제나라 국민들을 등친 단막극이라고도 한다. 트럼프가 장끼를 동원해서 연출한 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다.

우리 쪽 최대의 성과는 핵문제 해결을 위한 미‑북간실무회담을 재개하기로 했다는 것이란다. 주말을 온통 바친 결과치고는 허무하기 짝이 없는 수확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우리 쪽 집권세력들은 어깨춤을 췄을 거라는 지적은 별개로 하고서다.

부연하자면 이번 쇼가 내년 총선과 또 그 이후 대권재창출에 확실한 필살기를 점검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는 말이다. 그만큼 미국과 북한은 궁함이 잘 맞는 이웃이라는 것이다. 문정권이 둘 사이를 잘 이용하면 재집권전략으로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시장도 정치가 좋아하는 쇼를 이용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긴 시장판에서도 가끔씩 손님을 끌기 위한 쇼를 벌인다. 본질로 말하면 정치적 쇼나 장마당의 그것이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정치를 쇼로 지탱한다는 의문이 유권자들의 마음에 깃들기 시작하면 장사(?)는 파장이 되고 만다. 파리만 날리는 신세가 된다는 말이다. 어설픈 정치꾼이나 장사꾼이 자칫 이 지경에 빠진다.

정치의 90%가 쇼라면 시장의 90%는 현실(실제)이다. 아니나 다를까. G20가 열리는 중에 일본은 우리나라 반도체제조에 반드시 필요한 몇몇 부품을 팔지 않겠고 통고했다. 보복인 것이다.

이 정부가 강행한 과거사 관련 판결과 연관된 문제를 이렇게 보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업자득. 딱 맞는 평가다. 정부가 어떻게 할 것인가가 주목된다.

장소를 바꿔가며 거푸 열린 정치 쇼에서 우리나라는 헛물만 켰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국가의 이익이 아닌 정권의 이익이 없지 않겠지만, 그것은 드러내놓고 자랑할 일이 아니다. 큰 화근이 될 것인지도 모르기에 그렇다.

얼마나 고단했으면 대통령은 하루를 휴가로 보냈다. 백성 먹고살게 하는 일이 간단한 게 아니다. 벌어진 쇼에서 건진 돈이 없다는 것은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의미다. 먹고살기 즉 경제가, 민생경기가 죽어가고 있어서다. 우리는 뭔가. 무엇을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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