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증권, 재매매 소송 향방도 눈길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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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ABCP(자산담보기업어음) 디폴트(지급거부) 사태가 발발 1년여 만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해당 상품을 국내 소개한 증권사 직원들의 위법성 행위가 적발된 것으로 증권가 내에선 계약 자체의 원천 무효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12일 업계 따르면 최근 경찰은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증권 직원의 억대 금전 수수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5월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CERCG가 지급보증하고 그 자회사 발행한 1천650억원대 기업어음을 국내 유통했는데, 해당 어음은 국내 판매 완료 직후 크로스 디폴트 사태에 직면했고 지난해 11월 최종 부도 처리됐다.

금전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들은 각 회사에서 ABCP 발행을 주도한 인물들로 경찰에선 이들이 중국기업 의뢰로 문제 어음을 유통시키고 그 대가로 억대 뒷돈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선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ABCP 관련 소송에도 큰 변화가 찾아 올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ABCP를 나눠 구매했던 현대차증권·BNK투자증권·KB증권 등은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증권을 상대로 불완전 판매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상품 판매 당시 단기 디폴트 발생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불완전 판매 의혹을 제기 중인 한 증권사 관계자는 “경찰 조사를 통해 이들 증권사 직원들의 수수 사실이 입증될 경우 이 사건은 문제 발생 어음임을 알고도 판매한 사기 사건에 해당하게 된다”며 “그렇게 될 경우 계약 자체가 원천 무효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 역시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증권에서는 그동안 문제 어음 판매와 관련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고지했다는 입장이었으나, 직원들의 비위 혐의가 드러난 현재로선 어떤 식으로든지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신영증권과 유안타증권 등이 현대차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ABCP 재매매 소송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신영증권과 유안타증권 등은 현대차증권의 재매매 구두약속에 ABCP를 인수했으나, 디폴트 발생 후 현대차증권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ABCP 발행 자체가 사기로 귀결될 경우 현대차증권으로서는 재매매 계약 이행 의무도 사라지게 될 것으로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같은 선례가 거의 없어 법원이 계약 자체를 취소할지 여부 등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한화투자증권 등의 과실이 분명해지면 추후 구상권 소송 등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직원 비위 혐의에 대해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증권 모두 “사전 인지 못한 부분”이라며 “경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만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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