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세금 적게 내려 통정거래”…LG “시세대로 장내매매”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LG그룹 오너일가와 검찰이 150억원대 조세포탈 형사재판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 LG그룹 오너일가와 LG그룹 임원들이 세금을 낮출 목적으로 특수관계인 간 지분 거래를 숨겼다고 지적한 반면 LG그룹은 정상적인 주식매매를 두고 검찰이 무리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판사 송인권)는 지난 24일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구본능 회장과 구본길 희성전자 사장 등 LG그룹 오너일가 14명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조세) 등의 혐의로 기소된 LG 재무관리팀 임원 2명에 대한 사건도 병합돼 이날 함께 열렸다.

검찰은 구본능 회장 등 LG그룹 오너일가가 지난 2007년부터 2017년까지 LG와 LG상사 주식을 서로 사고팔면서 특수관계인 간 거래가 아닌 일반 거래인 것처럼 속여 양도소득세 156억원을 탈루했다고 보고 지난해 9월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는 피의자의 범죄 혐의가 크지 않을 때 검찰이 법원에 처벌을 요구하면서 내는 것이다. 최고 형량이 벌금형이다.

하지만 법원은 약식기소가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해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이날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은 “LG그룹은 GS그룹·LS그룹·LF(옛 LG패션)과의 계열분리로 경영권 유지와 승계가 필요해지자 지주사인 LG의 지분을 안정적으로 보유하면서 세금도 적게 내기 위해 특수관계인 간에 LG 주식을 사고팔면서 장내에 통정거래를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LG 재무관리팀은 휴대전화로 NH투자증권(옛 LG투자증권) 직원들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 오너일가 주식을 동시에 동일한 금액으로 장내에 사고팔도록 요구했다”며 “시내 외 대량매매 등으로 거래하면 특수관계인 간 거래임이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특수관계인 간 주식거래는 거래금액의 20~30%가 가산돼 양도소득세 부담이 늘어난다”며 “주식이 대량으로 장내에 풀리면 시세가 내려가 매도인이 손해를 본다”고 강조했다.

반면 LG그룹은 무죄를 주장했다.

LG그룹 오너일가 변호인은 “통정매매는 주가를 고의적으로 높일 목적으로 매도·매수인이 사전에 짜고 동시에 동일한 금액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것”이라며 “이 사건의 경우 시세를 높일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통정거래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변호인은 이어 “경영권 유지를 위해 지분 매도 의사가 있는 특수관계인이 생기면 LG 재무팀에서 적절한 매수인(특수관계인)을 찾아 매입을 권유하고 거래한다”며 “불특정다수가 참여하는 경쟁시장인 장내에서 시세대로 주식을 거래한 것이라 특수관계인 간 할증 과세 대상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특수관계인이 매도한 주식을 제3자가 모두 사들인 사례도 많다”며 “장내매매를 특수관계인 간 거래로 할증과세한 선례도 없다”고 말했다.

검찰과 변호인은 이날 공판준비기일임에도 3시간 30분이나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치열하게 공방을 벌였다.

재판부도 “분위기가 예상보다 뜨거워 당황스럽다”고 말할 정도였다.

재판부는 오후 6시가 다 돼서야 끝난 이날 공판준비기일을 끝으로 준비절차를 마치고 다음달 15일부터 본격적인 공판을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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