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H&B시장 규모 7년 새 8배 성장…“내년에 3조 육박”
올리브영 선두로 후발주자 경쟁 치열…유통구조 재편 활발

세포라 중국 상하이 플래그십 스토어. <사진=세포라 코리아>
세포라 중국 상하이 플래그십 스토어. <사진=세포라 코리아>

[현대경제신문 박수민 기자] 세계 최대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가 한국 진출을 본격화함에 따라 국내 뷰티 편집숍 및 H&B(헬스앤뷰티)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근 국내 화장품시장은 원브랜드숍 중심에서 편집숍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올리브영’을 선두로 ‘랄라블라’, ‘롭스’ 등 H&B스토어들이 무섭게 성장하면서 원브랜드숍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은 자사 브랜드를 모아놓은 편집숍 ‘아리따움’, ‘네이처컬렉션’을 강화하며 대응에 나섰다. 신세계, 롯데 등 대기업도 ‘시코르’, ‘라코’ 등 화장품 편집숍을 선보이며 가세했다.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국내 H&B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1조7천억원으로 지난 2010년(2천억원대) 대비 8배 이상 성장했다. 향후 이 시장은 2020년 2조7천억원, 2025년 4조5천억원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편집자주]

세포라 “차별화 서비스·제품으로 한국시장 접수”

세포라가 올해 10월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세포라는 프랑스 명품 그룹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에 속해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뷰티 편집숍이다. 2005년에 진출한 중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호주, 인도네시아, 인도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35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 중이다.

세포라 코리아는 10월 24일 강남구 파르나스몰에 547㎡(약 165평) 규모의 국내 1호점을 열 예정이다.

세포라 관계자는 “최근 멀티 브랜드 유통 채널에 대해 높아진 소비자 관심에 힘입어 한국 시장 진출을 결정했다”며 “이번 진출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우수한 해외 뷰티 브랜드를 소개하고 전 세계의 뷰티 트렌드를 선도하는 국내 뷰티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포라 코리아는 프레스티지 제품 라인업, 디지털 기술로 구현한 혁신적인 매장 경험, 온∙오프라인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옴니 채널(Omni-Channel)을 통해 새로운 뷰티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세포라 코리아는 고객의 피부에 적합한 제품을 찾도록 돕는 뷰티 어드바이저(Beauty Advisor)는 모든 브랜드를 아우르는 뷰티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포라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독점 브랜드부터 세포라 PB(자체 브랜드)인 세포라 컬렉션까지 스킨케어, 메이크업, 향수, 바디와 헤어를 포함한 다양한 카테고리의 제품을 한 자리에서 선보인다.

국내 뷰티 브랜드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플랫폼의 역할도 수행한다. 34개국에 진출한 세포라의 유통 채널을 적극 활용해 잠재력 있는 국내 뷰티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돕고 한국의 뷰티 트렌드를 전파한다는 방침이다.

세포라 코리아는 파르나스몰점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서울 내 온라인 스토어를 포함한 6개 매장, 2022년까지 13개 매장을 오픈하며 고객과의 접점을 적극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김동주 세포라 코리아 대표이사는 “세포라는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세포라와 함께하는 브랜드의 성장을 지원해나갈 것”이라며 “국내 뷰티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시장 확장에 기여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리브영 강남본점 1층 전경. <사진=CJ올리브네트웍스>
올리브영 강남본점 1층 전경. <사진=CJ올리브네트웍스>

H&B업계 “시장 확대 기대…국내선 우리가 전문가”

세포라가 한국에 오픈하게 되면 국내 H&B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지만 국내 업체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시장 확대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한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H&B업계 관계자는 “세포라는 고급 브랜드 중심의 사업을 전개한다는 점에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중소 브랜드 제품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국내 H&B와는 조금 다르다”며 “고객들의 선택 폭이 늘어나고 H&B시장이 확대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올리브영과 랄라블라, 롭스로 대표되는 국내 H&B업계는 시코르의 국내 진출과 무관하게 제품, 서비스 강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올리브영은 지난해 말 기준 1천1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화장품부터 건강기능식품, 식품, 패션용품, 가전·디지털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올리브영은 상권별 고객층을 분석해 특화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 상권 특성을 반영해 매장 인테리어를 꾸미고 고객들이 즐겨찾는 제품을 중심으로 배치한 점이 특징이다. 대표적 상권 큐레이션 매장에는 ‘강남본점’, ‘명동본점’, ‘제주탑동점’, ‘인천국제공항점’ 등이 있다.

제품 및 서비스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현재 10개의 PB를 운영 중이며 내달 뷰티와 음악을 결합한 브랜드 ‘컬러그램톡’을 새롭게 론칭한다.

온라인몰에서 주문한 제품을 3시간 내로 집에서 받아볼 수 있는 ‘오늘드림’도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주문 상품을 주소지 인근 매장에서 포장해 집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랄라블라는 지난해 기준 174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랄라블라 역시 상품 및 서비스 차별화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랄라블라는 최근 국내 SNS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단독 상품을 늘려가고 있다. 외국인 유심칩, 랄라블라 요금제, 택배 서비스 등 생활편의를 돕는 다양한 서비스도 선보였다.

롯데쇼핑 롭스는 지난해 기준 12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연내 150점까지 확장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더불어 트렌드를 선도하고 제품력이 입증된 신규 브랜드와 잡화 카테고리를 적극 도입하고 PB와 해외 직구 상품을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PB 확대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뷰티툴 중심이었던 PB상품을 기초 및 클렌징, 퍼스널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해 추후에는 뷰티 브랜드를 신규 론칭할 예정이다.

한 H&B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매장이 들어갈 만한 국내 상권은 이미 포화상태라 세포라가 공격적인 출점을 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국내에서는 시장 상황에 밝고 유통망이 확보된 토종 H&B의 경쟁력이 우세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원조 vs. 한국형…세포라-시코르 ‘한판승부’ 예상

세포라의 국내 진출에는 신세계가 운영하는 시코르가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코르가 ‘한국의 세포라’를 표방한 브랜드기 때문이다.

시코르는 지난 2016년 1호점을 오픈한 후 현재 22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백화점, 로드숍, 아웃렛 형태의 매장으로 다양한 연령층을 공략하고 있다.

시코르는 백화점·해외·국내 중소 화장품 브랜드 제품뿐 아니라 PB, 소분화 화장품 등을 선보이며 국내 H&B와는 차별성을 두고 있으나, 세포라와는 브랜드 이미지, 콘셉트 등이 모두 겹치는 만큼 정면승부를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코르 관계자는 “시코르는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어 고객군이나 타깃층이 세포라와는 달라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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