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별세 후 경영권 분쟁 손 뗀 듯

케이프투자증권 여의도 본사 전경. <사진=김경렬 기자>
케이프투자증권 여의도 본사 전경. <사진=김경렬 기자>

[현대경제신문 김경렬 기자]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당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백기사로 알려졌던 케이프투자증권이 한진칼 보유 지분을 대부분 매각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업계에선 케이프투자증권이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사실상 손을 뗀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프투자증권이 보유 중이던 한진칼 지분 84만1천859주(약 1.42%)를 조양호 회장 별세 다음 날인 지난 9일 매도했다.

같은 날 한진그룹 경영 참여 의사를 밝힌 바 있는 사모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는 한진칼 주식 46만9천14주를 추가 매수해 보유 지분율을 13.47%까지 늘렸다. KCGI와 조 회장 지분(17.84%)의 격차는 4.37%포인트로 줄었다.

앞서 케이프투자증권은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발발하자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잇달아 매입했다. 지난해 12월 13일부터 18일까지 4영업일 동안 118만9천818주를 사들였고, 지난 1월 15일(3만4천468주)과 24일(5만7천280주)에도 추가 매수를 진행한 바 있다.

업계에선 케이프투자증권 모회사인 선박부품업체 케이프와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진해운과의 관계를 고려, 케이프투자증권이 조 회장을 돕기 위해 경영권 분쟁에 참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조 회장 측 우군으로 인식돼 온 케이프투자증권이 고인의 별세 소식 직후 지분 매각에 나선 배경과 관련해선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손을 떼기 위한 조치 아니겠냐는 의견이 나온다.

조 회장 사후 그룹 경영을 책임지게 될 조씨 3남매의 경우 상속세 이슈 등을 고려할 때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고 그에 따른 오너리스크가 추가 발생할 수 있어 현 시점에서 물러나기로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지분 매입 당시 주가와 매도 시점 주가에 큰 차이가 없어 시세차익을 노린 매각으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최근 발발한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및 전환사채(CB) 투자 손실 관련 케이프투자증권 역시 현금 유동성이 악화돼 부득이 지분 매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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