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계약 손실·계열사 부당지원으로 기업가치 훼손”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사진)의 현대엘리베이터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지 않은 것이 공단 내부지침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2일 경제개혁연대는 “현정은 회장은 경영권 유지를 위해 무리한 파생상품계약을 체결해 현대엘리베이터에 손실을 입힌 장본인으로 그 외 다수의 법 위반 이력이 있다”며 “현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에 기권한다는 국민연금의 결정을 강력하게 비판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지난 20일 회의를 열고 현대엘리베이터 정기 주주총회 안건 중 하나인 현 회장 재선임 안건에 기권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기관투자자의 책임 원칙) 도입 이후 주주총회에 앞서 개별 안건에 대한 의결권 방향(찬성·반대)을 사전에 공개한다.

국민연금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1.98%를 보유한 3대주주다. 현대엘리베이터의 1·2대주주는 현 회장 등 특수관계인(23.59%)과 쉰들러(15.53%)다.

국민연금은 “계열사 부당지원행위가 있어 기업가치 훼손이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장기적인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권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는 한시름 놓게 됐다. 2대주주인 쉰들러가 현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치른 바 있고 7천억원 상당의 민사소송도 제기한 만큼 재선임 안건을 반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민연금까지 반대표를 던졌다면 현대그룹이 지분율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국민연금의 이 같은 결정을 지침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난 2006년 현대상선 최대주주 지위를 잃은 직후부터 현대상선 주식을 기초로 파생상품계약을 체결해 현대엘리베이터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경영권을 두고 현대중공업그룹과 분쟁을 치렀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6년 4월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함께 현대상선 지분 26.68%를 취득했다. 현정은 회장과 현대엘리베이터 등이 갖고 있던 지분(20.53%)을 뛰어넘는 규모였다.

이 덕분에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상선의 최대주주 지위를 획득했고 현대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시작했다.

당시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지분 13%와 현대택배 지분 30%, 현대아산 지분 37% 등을 보유한 현대그룹 핵심 계열사였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후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를 위해 5개 금융사를 우군으로 확보, 우호지분 매입 대가로 연 5.4~7.5%의 수익을 보장해 주는 파생상품 계약을 맺었다.

현대상선 주가가 오를 경우 수익을 배분하지만 주가가 떨어지면 현대엘리베이터가 금융사에 손실을 보전해주는 내용이었다.

이로 인해 현대엘리베이터는 2009년 이후부터 2013년까지 총 710억원의 거래손실과 4천291억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또 “현 회장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자료를 허위로 제출해 고발 됐다”며 “현 회장의 친족회사인 HST와 쓰리비는 현대그룹 계열사였던 KB증권(전 현대증권)과 롯데글로버로지스(옛 현대로지스틱스)로부터 끼워팔기와 부당지원 등으로 이득을 취해 공정위에 적발됐다”고 덧붙였다.

또 “현 회장은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권익의 침해 이력이 있는 자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활동에 관한 지침에 따라 당연히 반대해야 하지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이 안건을 ‘찬성 또는 반대 결정이 곤란한 안건’으로 지정해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로 회부했다”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아울러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장기적인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다지만 현 회장의 기업가치 훼손 이력과 현대그룹의 몰락에도 불구하고 이를 뛰어넘은 어떤 장기적 가치가 있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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