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 이유로 GM과 합의내용 제대로 안 밝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연합>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지난해 5월 한국지엠 철수 여부를 두고 산업은행과 GM간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산은에선 즉각 사실무근이란 밝혔으나, 시장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취임 후 여러 건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나름 인정 받아왔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리더십 또한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GM간 이면합의 작성 의혹이 불거지며, 이를 둘러싼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7일 모 경제지는 ‘향후 한국지엠의 우선주 콜옵션 행사를 통해 GM의 한국철수가 가능토록 하는 이면합의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한국지엠이 콜옵션을 행사해 GM 우선주 투자금(36억 달러) 전액을 보통주로 전환할 경우 산은 지분율이 현재 17%에서 13%대로 급감, 비토(거부)권을 상실하고 GM의 국내시장 철수 시 이를 지켜 볼수 밖에 없다는 내용이었다.

산은은 이에 대해 한국지엠에 대한 GM과 산은의 우선주 투자금 비율이 83:17이며, 산은 또한 우선주 투자금(7억5천만 달러) 전액을 보통주로 전환 가능해 양사간 지분율 유지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또 콜옵션 행사 관련 해당 매체에서 주장한 한국지엠의 보통주 바이 백(Buy-back) 권리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비토권 상실’ ‘지배력 포기’ ‘철수 가능’ 등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국지엠 사태 후 1년여 만에 산은-GM 이면합의 의혹이 불거진 배경은 최근 GM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2018년도 사업보고서’를 제출, 합의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세부 사항이 공개된 탓이다.

GM과 합의 직후 산은은 출자 전환된 주식이 ‘의결권 없는 우선주’라고만 밝혔는데, GM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주 상환 및 보통주 전환’ 옵션이 걸려 있었다. 이에 언론 및 금융권 일각에선 ‘GM이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경우, 산은이 한국지엠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최소 지분율(15%)이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현재 정부 및 금융권 관계자 상당수는 산은 측 주장대로 일방적인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은 불가하다 보고 있으며, 한국지엠 지분율 구조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판단 중이다.

다만, 옵션이 붙은 계약이란 점에서 만일의 경우 GM의 우선주 전환 요청이 올수 있고 이 때 한국지엠에 경영상 큰 타격이 올 수는 있다 우려하고 있다.

최근 GM은 준중형 SUV·CUV 거점화 계획 변경 소식을 밝히기도 했는데 이 또한 산은의 부실 협상 논란을 낳고 있다.

당초 산은은 '한국지엠의 연구개발 법인 신설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GM측이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차세대 SUV 연구개발을 향후 10년간 국내에서 독점 진행키로 했다'고 밝혔는데, 최근 GM은 차세대 SUV 연구개발 중 절반 정도만 국내에서 나머진 중국에서 진행한다 밝혔다.

업계에선 이 역시 비공개 합의서에 이미 어느 정도 내포된 사안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비공개 합의 내용이 하나둘 밝혀지며 논란을 이어지자 금융권은 물론 정치권에서는 산은과 이동걸 회장의 책임론 또한 커지고 있다. "나랏돈 8천억원이 투입됐는데 영업비밀이란 이유로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않더니, 논란이 불거진 뒤에도 제대로 된 해명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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