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현대그린푸드 등 줄줄이 도마위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기관투자자의 책임 원칙)를 활용해 기업들의 경영에 관여하던 국민연금공단의 공세가 일단락됐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한진그룹과 남양유업, 현대그린푸드를 지목, 경영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배구조개선과 저배당 해소가 명분이었다. 국민연금은 이중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과 남양유업에 실제 주주제안을 냈다. 이후 한진칼은 지배구조 개선 계획을 발표했으며 주주제안을 받지 않은 현대그린푸드도 배당성향을 두배 이상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국민연금의 공격에 손을 든 셈이다. 반면 특수관계인 지분이 50% 이상인 남양유업은 “회사 이익의 사외유출을 최소화하겠다”며 국민연금의 제안을 거절했다. [편집자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2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2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진칼·현대그린푸드 “배당 늘리고 지배구조 개선”
남양유업 “배당 늘리면 대주주만 혜택”…주주제안 거절

국민연금이 현대그린푸드에 주주제안을 않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지난 14일 주주권행사 분과위원회를 열고 현대그린푸드가 공시한 ‘향후 3년 간의 배당정책’의 내용이 수긍할 만하므로 공개중점관리기업 해제와 주주제안 미실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현대그린푸드의 지분 12.82%를 보유한 2대주주다. 현대그린푸드의 최대주주는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지분율 23.0%)이며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도 12.7%를 갖고 있다.

국민연금이 현대그린푸드를 주주제안 검토 대상에 올린 것은 이 회사의 배당이 적기 때문이다. 현대그린푸드의 2017년 배당성향은 6.2%로 코스피 상장기업 평균(33.81%)의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전문위원회가 이날 주주제안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현대그린푸드가 배당금을 늘리겠다고 밝힌 탓이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8일 보통주 1주당 210원의 결산배당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시가배당률은 1.45%, 배당성향은 13.7%다. 배당금 총액은 183억3천445만원이다. 현대그린푸드는 또 2018~2020년 사업연도 배당성향을 13% 이상으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은 국민연금이 또다른 저배당기업인 남양유업에 주주제안을 하기로 결정한 바로 다음날이다.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현대그린푸드가 백기를 든 셈이다.

반면 남양유업은 국민연금의 주주제안을 받았지만 거부했다.

남양유업은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치면 지분율이 53.85%에 달해 배당을 확대하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혜택을 본다”며 “이 때문에 사내유보금으로 기업가치 상승을 견인하고자 낮은 배당 정책을 유지해왔다”고 설명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저배당 기조로 회사 이익의 사외유출을 최소화한 덕에 1997년 IMF 외환위기부터 ‘무차입 경영’이 가능했다”며 “이후 재무구조 건전성이 높아지고 기업의 가치는 더욱 상승했다”고 강조했다.

앞선 7일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주주권행사 분과위원회를 열고 남양유업에 ‘배당정책 수립·공시와 관련해 심의·자문하는 위원회(이사회와 별도의 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으로 정관을 변경하도록 주주제안을 하기로 했다.

이는 남양유업의 배당이 적다는 판단에서다. 남양유업은 2011년부터 최근까지 8년간 보통주 1주당 1천원의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시가배당률은 0.1%에 불과하다. 경쟁사인 매일유업과 롯데푸드가 각각 0.69%, 3.9%인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낮다.

남양유업이 국민연금의 주주제안을 거절한 것은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많고 국민연금의 지분은 상대적으로 적은 탓으로 풀이된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남양유업 지분은 전체의 절반이 넘는 53.85%다. 반면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5.71%에 불과하다.

주주제안은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되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의 주주제안이 주주총회에 상정돼도 통과될 가능성이 없는 셈이다.

국민연금은 한진칼에도 주주제안을 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1일 회의를 열고 한진칼에 대해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경영참여 방법으로는 자본시장법에 따른 매매규정 따르기로 했다.

즉,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가 회사 또는 자회사 관련 배임·횡령의 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때 결원으로 본다’는 내용으로 정관변경을 추진하기로 했다. 각종 비리 혐의를 받고 잇는 조양회 한진그룹 회장 일가를 겨냥한 셈이다.

기금운용위는 또 경영 참여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대한항공을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해 경영개선 유도 등 수탁자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이에 한진그룹은 지난 13일 배당금을 늘리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사외이사를 추가하며 독립성도 강화한다는 비전을 발표, 국민연금의 제안을 수용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2018년 당기순이익의 50% 수준을 배당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지속적으로 배당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진칼의 경우 사외이사를 현재 3인에서 4인으로 늘려 7인 이사회 체제로 운영하고 이사회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도 설치할 것”이라며 “추천위원은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구성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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