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보험, 치매보험 등 중저가 시장에 중소·대형 보험사들 잇달아 진출
불완전판매, 손해율 악화 가능성 높아 상품판매 중단 전망도

과거 중소형보험사 위주였던 치아보험, 치매보험 등 중저가보험 시장에 최근 대형보험사들도 잇달아 진출하며 보험업계 틈새시장이 사라지고 있다.<사진=픽사베이>
과거 중소형보험사 위주였던 치아보험, 치매보험 등 중저가보험 시장에 최근 대형보험사들도 잇달아 진출하며 보험업계 틈새시장이 사라지고 있다.<사진=픽사베이>

[현대경제신문 권유승 기자] 과거 중소형보험사 위주였던 치아보험, 치매보험 등 중저가보험 시장에 최근 대형보험사들도 잇달아 진출하며 보험업계의 틈새시장이 사라지고 있다.

이는 포화된 보험 시장 속 보험업계의 수익성 악화가 주된 원인으로, 과열경쟁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나온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치아보험에 이어 올해 치매보험까지 보험사들의 상품 출시가 활발하다. 중소형 보험사들은 물론 대형사까지 관련 시장에 뛰어들며 고객몰이에 한창이다.

치매보험은 새해벽두부터 출시가 이어졌다.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흥국화재, 한화생명, 동양생명, 신한생명, ABL생명 등이 올해 치매보험을 출시했다. 삼성생명도 23일 장기요양 상태와 치매를 보장하는 종합간병보험을 출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들 치매보험은 치매 증상이 비교적 가벼운 경증치매까지 보장범위를 확대한 점이 특징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치아보험 출시가 쏟아졌었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DB손보,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보 등이 치아보험을 지난해 선보였다. 그간 치아보험 시장은 2008년 라이나생명을 시작으로 AIA생명·ACE손해보험 등 외국계·중소형사들이 주도해왔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틈새시장 공략에 나선 것은 보험업계 수익성 악화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고령화·저출산 기조에 포화된 보험 시장 속 새로운 시장개척을 통한 수익성 증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체 생보사 24곳의 지난해 1~3분기 보험영업손실이 16조8천491억원으로 전년 동기(15조5천909억원) 대비 1조2천582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손보사 당기순이익 역시 2조9천1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천239억원(17.6%) 감소했다.

특히 보험업계는 2022년 도입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까지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 자본확충과 더불어 보장성보험 상품 판매가 절실한 시점이다. IFRS17 도입 시 보험 부채는 원가 평가에서 시가 평가로 변경된다. 보험사들은 고금리 확정이자로 판매된 저축성 보험 상품이 많을수록 부채 부담이 크게 증가, 요구자본도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시장에서 업체 간 경쟁이 과열되다보니 그에 따른 부작용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치아보험 상품경쟁은 보험설계사 시책비 경쟁으로 이어졌다.

독립법인대리점(GA)의 치아보험 상품 시책비는 지난해 2월 월납보험료 650%까지 치솟기도했다. 시책비란 보험사가 설계사에게 주는 일종의 인센티브다. 설계사는 신규 계약을 체결하면 수수료 외에 판촉물, 해외여행 특전, 현금 등이 지급된다. 과도한 시책비 경쟁은 보험료를 올리고 소속 설계사들의 불완전판매를 부추길 수 있기에 금융당국은 시책비를 300%선에 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치매보험의 경우 불완전판매로 인한 민원 발생 우려도 나온다. 최근 출시되는 치매보험은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납입 기간 중 해지할시 해지환급금이 없는 무해지환급형이 대세다. 고령층에 치중한 치매발병 연령대 특성상 장기간 유지하지 못하고 해지하는 고객들이 보험료를 받지 못해 민원을 제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상품 보장성 확대로 인한 손해율(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 악화위험도 높다. 지난해 치아보험은 손해율 악화로 보장축소 및 상품판매 중단에 이르기도 했다. 치매보험 역시 경증치매까지 보장을 확대한 상품이 주를 이뤄 손해율 악화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수익성 증대를 위해 틈새시장이라도 노리고자 중저가형 보험들을 내놓고 있는데, 주로 틈새시장이라고 하면 예전엔 중소형사들이 주로 진출해 판매하는 형국이었다”며 “이제는 틈새시장에 중소형사는 물론 대형사까지 모두 진출하는 마당에 오히려 대형사들이 먼저 선점하는 경우도 있어서 틈새시장의 구분이 사라져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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