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요율산정 어렵고 손해율 악화 위험 높아”

15일 미세먼지로 뒤덮힌 경기도 고양시 자유로에서 차량들이 달리고 있는 모습.<사진=연합>
15일 미세먼지로 뒤덮힌 경기도 고양시 자유로에서 차량들이 달리고 있는 모습.<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권유승 기자] 연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며 관련 피해 보장 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늘고 있다. 미세먼지는 폐렴, 폐암, 뇌졸중, 심장질환, 천식 등의 질병을 악화, 유발시킬뿐더러 마스크 착용 외에는 이에 대한 대비책도 특별히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축적된 데이터 미비, 손해율(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 악화 전망 등의 이유로 미세먼지 특화보험 개발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15일 기상청에 따르면 역대 최악의 미세먼지가 사흘째 전국을 뒤덮고 있다. 초미세먼지 농도는 ‘매우 나쁨’ 수준으로 100㎍에 달하며 수도권과 충청 지역은 140㎍을 웃돌았다. 이는 평소 농도보다 7배가량 높은 수치다. 미세먼지는 주 후반에도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전국 곳곳에서는 초미세먼지 경보, 주의보 등이 내려지기도 했다. 미세먼지는 어린이의 폐성장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혈압·혈당 등을 높이고 호흡기질환, 심혈관질환 등의 각종 기저질환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성균관대 연구진이 국가응급진료망에 접수된 460만건의 응급환자 정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초미세먼지가 ‘나쁨’일 때 폐렴은 11%, 만성 폐질환 환자는 9%, 심장관련 질환은 7%까지 늘었다.

이에 미세먼지 피해를 보장해주는 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기승하면서 관련 보험 출시 여부에 대한 문의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교보생명과 신한생명은 미세먼지 등으로 인한 환경성질환을 보장해주는 어린이보험 특약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세먼지 특화보험은 전무한 상태다.

보험사들이 미세먼지 특화보험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보험요율 산정의 어려움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상품 개발을 위해선 요율 산출을 위한 질병, 통계 등의 데이터가 누적돼야 하는데, 아직까진 관련 데이터양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데이터가 부족하다보니 미세먼지와 발병에 대한 인과관계도 불명확해 현재는 실손의료보험이나 각종 건강보험 담보로만 관련 질병에 대비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손해율 악화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현대해상 교통기호환경연구소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연평균 기준농도(25㎍/㎥)보다 10㎍/㎥ 증가한 다음날에는 15세 미만 가입자 보험금 청구가 75% 늘었다. 중국의 경우 지난 2014년 스모그 보험을 출시했으나 손해율 급증으로 판매중단에 이른 바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미세먼지 특화보험은 데이터 미비, 손해율 악화 전망 등의 이유로 아직 개발되지 않고 있다”며 “다만 미세먼지가 심각해지면서 관련 상품개발에 대한 검토는 이뤄지고 있어 향후 이 같은 문제점들만 해결 된다면 보험 상품 출시도 가능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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