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판매·도덕적해이 발생 가능성 높아
손해율 악화 우려…보장축소 및 판매중단 이를 수도

치매보험 출시가 이어지면서 과열경쟁에 따른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사진=픽사베이>
치매보험 출시가 이어지면서 과열경쟁에 따른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사진=픽사베이>

[현대경제신문 권유승 기자] 올해 무해지환급형에 경증치매보장으로 이뤄진 치매보험 출시가 이어지면서 과열경쟁에 따른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무해지환급형 가입시 납입기간이 끝나기 전 해지할 경우 보험료를 돌려받지 못하는데, 고령층에 치중한 치매발병 나이 특성상 중도해지 하는 가입자들의 민원이 빗발칠 수 있어 불완전판매에 더욱 신경써야한다는 지적이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증치매 보장을 악용한 가입자들의 도덕적 해이 여지도 높다. 지난해 보험업계 격전지였던 치아보험처럼 손해율 악화로 보장축소나 판매 중단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 동양생명, 한화생명 등이 올해 치매보험을 잇달아 선보였다. 삼성생명, 교보생명, 삼성화재, KB손해보험 등도 치매보험 출시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B손보는 지난 7일 고지항목을 치매, 암,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 대상 여부 등으로 최소화 한 치매보험을 선보였다. 치매도 증상에 따라 경증, 중등증, 중증으로 구분해 정도가 심할수록 보험금을 더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한화생명은 최대 95세까지 주계약으로 치매를 보장하는 비갱신형 치매 단독상품을 지난 2일 출시했다. 경도부터 중등도 치매까지 보장하며 치매와 관련된 질병이 없는 사람이라면 별도의 심사없이 3개 항목에 대한 고지만으로 가입 가능하다. 중증치매의 경우 매월 간병자금을 종신토록 지급한다.

동양생명도 경도치매부터 중증치매까지 단계별로 진단비를 지급하고 특약을 통해 노인성 질환을 보장하는 치매보험을 지난 2일 출시했다. 중증치매 진단 확정시 진단비 외에 추가로 평생 동안 간병비를 지급한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치매보험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잠재고객 발굴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치매 유병자는 약 64만8천명으로 집계됐다. 치매 유병자는 향후 17년마다 두 배씩 증가해 2024년에는 100만, 2041년에는 200만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65세 고령인구의 치매 유병률 추정치도 2015년 기준 9.8%에서 2020년에는 10.4%, 2040년에는 11.9%, 2050년에는 15.1%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치매보험 과열 경쟁에 따른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불완전판매로 인한 향후 민원발생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이유에서다. 고령층에 치중한 치매발병 연령대 특성상, 저렴한 보험료와 넓은 보장범위에 혹해 가입했다가 장기간 유지하지 못하고 해지할 경우 보험료를 받지 못해 원성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치매보험은 무해지환급형에 경증 치매보장으로 구성된 상품들이 주를 이룬다. 무해지환급형이란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납입 기간 중 해지할시 해지환급금이 없는 상품을 말한다.

저축성 보험으로 둔갑한 불완전판매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납입 기간 만료 후 높은 환급금을 받는다는 무해지환급형의 특성을 미끼로 활용한 것이다.

악화할 가능성이 높은 손해율도 문제다. 지난해 보험업계 격전지로 떠올랐던 치아보험은 손해율 악화로 보장축소 및 상품판매 중단에 이르기도 했다.

경증치매는 중등도의 기억장애,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상태인 임상치매평가척도(CDR) 총점 1점에 해당한다. 급격하게 늘고 있는 치매환자 수를 감안하면 손해율 악화는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중증 치매보다 증상이 심하지 않아 판단기준도 애매할뿐더러 경증치매 환자로 연기하는 등의 도덕적 해이 발생 가능성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나친 상품 경쟁으로 인한 고위험 치매상품 개발, 손실 발생, 그리고 상품판매 중단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상품 보장급부의 현실화와 함께 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무보증 상품 개발 등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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