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한푼 안들이고 핵심기업 지배력 강화…법령도 준수HDC·한일시멘트 이어 제일약품·효성·세아제강도 추진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대기업 오너들이 회사를 인적분할한 뒤 공개매수에 참여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데 빠져있다.

법령 충족을 명분 삼아 돈 한푼 안들이고 핵심계열사 지분 늘리는 마법과 같은 효과를 보는 탓으로 분석된다.

한일시멘트는 지난달 17일부터 지난 5일까지 주식 공개매수 신청을 받은 결과 허기호 한일시멘트 회장과 허정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이 보유지분 전량을 회사에 매각했다고 7일 공시했다.

허기호 회장과 허정섭 명예회장이 매각한 한일시멘트 지분은 각각 10.11%와 6.63%다. 또 허정섭 명예회장의 부인인 김인숙씨(0.73%)와 허 명예회장의 아들인 허기준씨(0.46%)도 보유지분을 모두 회사에 팔았다.

이번 공개매수는 한일홀딩스의 공정거래법 준수를 위해 실시됐다. 현재의 한일시멘트는 올해 7월 1일 기존 한일시멘트가 인적분할해 설립된 회사다. 한일시멘트는 이 인적분할을 계기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지주사인 한일홀딩스는 한일시멘트 지분 8.06%만 보유해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 20% 이상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에 저촉됐다.

이에 한일시멘트는 주식 공개매수를 추진했고 매입대금을 한일홀딩스 주식으로 지급한다는 계획을 지난 9월 발표했다.

이 덕분에 허기호 회장은 지주사 지분율을 크게 높였다. 허기호 회장은 이전까지 한일홀딩스 지분 10.11%를 갖고 있었지만 공개매수로 신주를 배정받으면서 지분율이 두배가 넘는 22.91%로 뛰었다.

또 허정섭 명예회장의 한일홀딩스 지분도 기존 6.63%에서 15.01%로 크게 늘어났고 김인숙씨와 허기준씨의 지분도 각각 0.73%에서 1.66%로, 0.46%에서 1.03%로 증가했다.

오너일가 입장에서 분할 전에 상대적으로 낮았던 지분을 추가비용 없이 끌어올린 셈이다.

한일시멘트처럼 인적분할 후 공개매수를 실시해 오너일가가 지주사 지분을 확보한 사례는 또 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제일약품이 대표적이다.

HDC는 지난 8월 30일부터 9월 18일까지 HDC현대산업개발 주식 공개매수 신청을 받았다. HDC는 기존 현대산업개발이 지난 5월 분할해 탄생한 HDC그룹 지주사다.

HDC는 자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 지분이 7%로 낮아 공개매수를 추진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여기에 참여해 HDC 지분을 기존 13.36%에서 31.41%로 끌어올렸다.

제일약품도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제일약품의 지주사인 제일파마홀딩스가 제일약품 지분 13.53%만 보유한 탓이다.

반면 한승수 제일파마홀딩스 회장과 한 회장의 동생인 한응수씨, 한 회장의 아들인 한상철 제일파마홀딩스 사장이 지분을 각각 27.31%와 6.91%, 4.66%씩 갖고 있다.

이들을 포함한 제일파마홀딩스 특수관계자 지분은 43.52%로 공개매수 규모(47.6%)와 거의 맞먹는다.

이에 따라 한승수 회장 일가의 제일파마홀딩스 지분율은 기존 43.53%에서 공개매수 후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효성과 세아제강은 주식 공개매수를 시작한 단계다.

효성티앤씨와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은 이번달 28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주주들을 대상으로 공개매수 신청을 받는다.

이들 4개 회사는 지난 6월 기존 효성에서 분할된 곳들이다. 지분 구조는 한일시멘트·HDC·제일약품과 비슷하다.

지주사인 효성이 이들 회사의 지분을 5.26%만 갖고 있는 반면 조현준 효성 회장은 14.59%를 보유한 상황이다.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과 조현상 효성 총괄사장도 각각 10.18%와 12.2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세아그룹도 기존 세아제강을 지난 9월 세아제강지주로 탈바꿈시키고 세아제강을 분할해 설립했으며 지주사 주식을 매입대금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세아제강 주식 공개매수를 추진한다고 지난 7일 밝혔다.

현재 세아제강 주식은 이순형 세아제강지주 회장과 이주성 세아제강 부사장, 이태성 세아홀딩스 부사장이 각각 11.34%, 11.85%, 4.20% 갖고 있는 반면 세아제강지주는 3.10%만 보유하고 있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주요주주의 참여여부는 현재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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