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지난 2년 동안 경기불황으로 문을 닫은 기업에서 실직한 근로자가 연속 80만명이 넘는다. 특히 숙박업소와 음식점에서 폐업실직자가 7만여명을 훌쩍 넘어섰다. 조선업계의 구조조정과 자동차산업불황여파가 서비스산업으로 번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보험취득 상실현황에 따르면 올해 1~9월 퇴사 ‧ 회사불황으로 인하 인원감축 또는 폐업이나 도산으로 고용보험을 상실한 근로자가 총 81만4천94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83만5천983명)에 비해 올해 다소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80만명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실업의 고착화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50조원이 넘는 엄청난 국고를 퍼붓고도 실업장벽 앞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한국경제의 현실을 본다.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국고를 그동안 수차례 풀었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경제정책기조에 걸맞게 실업자들에게 돈을 나눠준 것이다. 그런 앰풀주사식 정책이 효과가 없다는 증거가 여실히 나타난 것이다.

세계경제를 탓할 이유도 없다. 주요 선진국들은 거의 호황을 누리다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은 일할 사람이 부족할 정도로 호황이라는 소문이 나돈 지 벌써 오래다.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돌아보면 한심하지 짝이 없는 행태만 거듭했다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 우선 정책기조가 엉뚱했다는 지적이다. 청년실업자들에게 거의 공돈을 줬다. 일 안하고도 먹고살 수 있다는 공짜심리만 부추겼던 것이다.

소득주도라는 엉뚱한 경제이론에 대한 전문가들의 끊임없는 문제제기에 정책당국자들은 외면하기에 급급했다. 대기업 옥죄기는 당장은 수면 아래로 잠긴 듯 조용해 보인다. 정부출범이후 재벌기업은 줄곧 적폐의 우선순위로 꼽혔다. 우리나라경제를 엉망(?)으로 만든 범죄집단 취급을 받고 있었다. 자고새면 재벌총수들이 검찰과 감방을 오갔다.

그런 그들에게 경제활동을 왕성하게 하도록 채근하는 정부는 이미 없는 듯했다. 그동안의 적폐로 그들은 한 발짝도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했다. 벌여놓은 사업도 지지부진했다. 실업과 전쟁을 벌인다는 정부가 앞장서 그들의 기업활동을 가로막고 있는 형국이었다. 앞으로도 그들의 자유는 정부의 손아귀에 있을 것이라는 짐작이 크다.

소득이 늘어나는 정책효과가 머잖아 나타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이 이제는 아예 들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소득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당장 3분기 GDP성장률이 0.6%에 그쳐 올해 2.7%성장도 불확실해지고 있다. 역시 투자부진이 심화돼 내수성장 기여도가 6년만에 최악이라는 거다. 재벌을 옥죈 결과가 성적표로 제시된 셈이다.

소득주도 성장은 내수부진에 발목을 잡혀 지표는 하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아직도 우리경제에 대한 이 정부의 심사는 거시적으로 정책의지를 평가받고 싶어 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민심과 거리가 점점 멀어진다는 느낌을 그들만 모르는 것 같다.

정부도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24일 민간투자확대를 유도하고 고용지표개선을 겨냥해서 기업시설투자에 15조원, 공공기관에 8조2천억원 등 26조원을 쓰겠다고 했다. 단기대책에 국고를 투입한다는 것이다.

급해진 것이다. 임시방편 식 대책이지만 이보다 더한 처방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역시 임시방편이다. 근본적인 그 무엇이 우리경제엔 필요하다. 안목부터 바꿔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구하는 시각부터 달라야 한다. 경제가 이 지경이 되기까지 안보정책이 지대한 짐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안목변화가 있어야 한다. 혁파해야할 노조경제도 서둘러 손을 써야한다. 문제는 다시 해야 한다는 자각부터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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