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주총 안건 두고 반대의견 22번 받아

 
 

“이사 직무관련 모든손실 보전은 과도해”
고려아연·대림산업·아모레퍼시픽 공동2위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현대모비스가 국내 주요 대기업 중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권자문기구의 반대 의견을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모비스는 이사가 내야할 직무관련비용 전액을 회사가 책임진다는 내용의 정관과 대표이사 유고 시 직전 대표이사가 새로운 대표이사를 지명한다는 정관을 넣었다가 의결권자문기구 등으로부터 많은 반대 의견을 받았다.

29일 경제개혁연구소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와 서스틴베스트, 대신지배구조연구소, 국민연금관리공단 등 의결권자문기구·기관투자자의 올해 정기주주총회 안건 반대 현황을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올해 정기주총 안건에 대해 이들 기관으로부터 22차례나 반대 의견을 받았다.

현대모비스의 안건 중 가장 많은 반대 의견을 받은 안건은 정관 변경이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정기주총에서 ‘이사가 직무수행과 관련해 부담하거나 지출한 모든 소송비용, 기타의 손실, 손해 및 채무는 회사가 보상한다’는 정관을 삽입했다.

하지만 서스틴베스트 등 3개의 자문기관과 국민연금 등 12개 기관투자자는 이사의 도덕적 해이와 회사의 비정상적 비용 증가 가능성 등을 우려해 반대했다

CGCG는 “이 정관 변경안은 관련 직접비용이 아닌 모든 비용을 보상하도록 하고 있고 고의 또는 중과실 여부를 회사가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등 회사가 배상할 수 있는 한도범위가 과도하게 넓다”며 “이사의 책임을 상당수준 감면해주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현대모비스는 또 대표이사 유고시 직무를 대행할 자를 직전 대표이사가 지명한다는 내용의 정관 변경을 추진했다.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임영득 현대모비스 사장으로 그 외 상근 등기이사는 정의선 현대차 총괄수석부회장과 한용빈 재경본부장이 있다.

이 안건은 1938년생으로 만80세를 넘긴 정몽구 회장이 지난해 2016년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청문회 이후 현재까지 공식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건강 이상설이 나돌던 시점에 나왔다.

CGGC는 “이 정관이 통과된다면 대표이사 유고 시 주주총회에서 선임되지 않은 부회장 등 미등기 임원이 대표이사 직무를 대행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GCG는 유지수 사외이사의 재선이대 반대했다.

CGCG는 “유지수 후보는 정몽구 회장과 고교 동문”이라며 “지배주주와 같은 고등학교 졸업생의 경우 사외이사로서의 독립성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의결권자문기구의 반대 의견을 현대모비스 다음으로 많이 바든 회사는 고려아연과 대림산업, 아모레퍼시픽이다. 이들 회사는 각각 13번의 반대 의견을 받았다.고려아연은 정관 변경 안건 반대 7건, 이사후보 3인에 대한 반대 6건이 있었다. 자문기관 등이 반대한 정관 신설 안은 주주총회 결의로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이다.

서스틴베스트는 상법상 이사의 책임을 면제하려면 원칙적으로 주주 전원의 동의가 필요한 점, 이사의 책임을 제한하는 것은 책임경영에 반할 소지가 있는 점에 비춰 반대를 권고했다.

또 지배주주 일가인 최윤범 고려아연 명예회장과 장형진 영풍그룹 회징이 사내이사로 내정된데 대해 일감 몰아주기 수혜자로서 기업가치 훼손 경력 등으로 2개 자문기관과 4개 기관투자자가 반대했다.

대림산업은 당시 장달중 사외이사 후보가 삼성물산 사외이사를 겸직한다는 점과 한준호 후보가 자회사의 경쟁사인 삼천리에서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라는 점 때문에 반대 의견을 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은 서경배 회장과 김진영 사외이사 후보의 선임에 대해 3개의 자문기관이 모두의 반대 의견을 받았다. 서경배 회장은 그룹 지주회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을 포함해 4개 계열사와 대한화장품협회 등기이사를 겸직해 직무 충실성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나왔고 김진영 사외이사 후보는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자문용역을 직접 수행한 경력이 있어 독립성 훼손을 이유로 7개 기관투자자들이 반대했다.

한편, 기업집단별로 반대 권고(행사) 의견이 많은 곳은 KT&G(82건)와 KB금융지주(63건)이었다.

주주제안이 없는 상태에서 회사가 상정한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이 가장 많은 곳은 현대차그룹이었다. 의견권자문기구 등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글로비스 등 5개 회사가 낸 11개 안건에 대해 48건의 반대 의견을 받았다.

2위와 3위는 SK그룹(38건)과 현대백화점그룹(29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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