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 증가…손해율 안정화 기대”
설계사 영업 활용에 용이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현대경제신문 권유승 기자] 저조한 가입율과 높은 손해율 우려가 제기돼 온 유병력자실손보험이 보험업계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예상보다 상품 수요가 많고 손해율도 감내할 수준으로 여겨지며 보험사들이 수익증대를 위한 새 방편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유병자실손보험이 손해보험사에 이어 생명보험사에서도 출시되기 시작했다. 지난 16일 삼성생명은 생보사 처음으로 유병자실손보험을 선보였다. NH농협생명과 한화생명도 각각 오는 23일, 내달 중 유병자실손 상품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병력자실손은 유병력자들의 실손 보험 가입문턱을 대폭 낮춘 정책성 보험이다. 가입심사 항목이 일반 실손 대비 18개에서 6개로 줄어든 점이 특징이다. 지난 4월 첫 선을 보였으며 일반 실손이나 노후 실손에 가입하기 어려운 소비자들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유병자실손 출시를 앞두고 업계에서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기존 실손 대비 평균 보험료가 높고 손해율도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고객 유입 효과는 적고 보험사 손해율만 높이는 애물단지가 될수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던 탓이다.

이와 관련 유병자실손의 보장구조는 투약이 제외되는 부분만 빼면 착한 실손의료보험 기본형과 동일하나 30%의 자기부담금이 있다. 자기부담금은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이지만 유병자 실손이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개발된 상품인 만큼, 보험료가 높은 것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곤 했다.

업계에선 당시 올랐어야할 일반 실손보험 보험료도 동결된 상태였기에 유병자실손의 등장을 경계하는 시선도 많았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 실손보험 손해율은 120%를 넘었다.

그러나 유병자실손은 출시와 동시에 한 달 새 5만여 건의 판매고를 올리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는 노후 실손보험 한 달 판매건수(1천626건)의 약 30배에 달한다.

높은 판매세가 이어지자 보험사들은 유병자실손을 다른 상품과 함께 판매하는 연계마케팅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유병자건강보험과 유병자실손을 같이 가입시켜 보장 공백을 메우도록 하는 식이다.

일반실손대비 높은 자기부담금과 만성질환자들의 질병관리가 용이해졌다는 점은 손해율 상승의 안전장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최근에는 유병자실손 인수완화에 나선 보험사까지 등장했다.

현대해상은 유병자실손 최대 가입가능 연령을 기존 70세에서 75세로 늘렸다. 메리츠화재는 최근 10일 이내에 경증 질환으로 입·통원 등 36개 질병에 노출됐거나 하지정맥류·치질·백내장·비염 등의 수술을 받았어도 가입 가능할 수 있도록 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유병자실손의 손해율에 대한 신뢰도가 쌓이려면 출시 후 2~3년은 지나야 되겠지만 현재로선 감내할 만한 수준이란 게 업계 평가"라며 “매출을 높이기 위해 보험료를 인하하기 보다는 한시적인 인수완화를 통해 상품 가입을 많이 받으려는 보험사들 또한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