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약관 불명확, 보험금 지급해야”
업계 “연금액 산출식에 따라 지급”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브리핑룸에서 금융감독혁신 과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연합>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브리핑룸에서 금융감독혁신 과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권유승 기자] 금융당국과 생명보험사들이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보험료 전액을 한 번에 납입해 매월 연금을 받다가 만기 때 원금을 모두 돌려받는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관련, 생보사들이 가입자들에게 약관상 지급해야 할 연금과 이자를 덜 줬다는 것이 이번 쟁점의 골자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에게 즉시연금 미지급건에 대해 ‘일괄구제’를 적용해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합당한 처사가 아니라며 보험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즉시연금 미지급 생보사는 약 20곳으로 미지급 규모는 16만명에 최대 1조원으로 추산된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분쟁조정위원회 결정 취지에 위배되는 부당한 보험금 미지급 사례 등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며 즉시연금 미지급금에 대한 일괄구제 방침을 지난 9일 밝혔다.

일괄구제란 공정위가 비슷한 유형의 피해를 입은 다수의 소비자에게 소비자보호원 및 소비자단체와 연계해 일괄적으로 피해를 구제해주는 것을 말한다.

이번 논란은 불명확한 약관에서 비롯됐다.

보험사들은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가입자들에게 매달 연금의 일부 금액을 뗀 채로 보험금을 지급했다. 제외된 금액은 만기 때 가입자들의 원금을 돌려주기 위한 만기환급금 재원으로 이용됐는데, 해당 약관에는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명시돼있지 않았던 것이다.

앞서 분쟁이 고조되자 생보사들은 약관을 개정해 직접적인 공제내용을 기재했다. 다만 금감원은 약관 개정 이전 계약 건에 대한 보험금 지급도 소급적용할 것을 요구해 업계는 막대한 자금 부담을 떠안게 될 위기에 처했다.

생보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연금액 산출식은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 기재돼 있으며 약관에는 ‘산출방법서에 따라 지급한다’고 명시돼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약관에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한다는 직접적인 문구가 담겨져 있지 않았을 뿐 산출방법서에 따른 지급은 명시돼 있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상품을 출시 할 때 약관, 산출방법서 등을 감독기관에 제출해 인가를 받도록 돼있는데, 산출방법서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약관에 명시돼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와서 보험사 책임으로만 떠넘기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라며 “향후 이런 분쟁이 재발되지 않도록 감독기관에서도 상품 약관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을 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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