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물가가 말 그대로 줄줄이 오르고 있다. 특히 서민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물가오름세는 심각한 수준이다.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가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물가로는 외식비를 꼽을 수 있다.

가난한 월급생활자에게 외식비는 늘 스트레스의 요인이 된다. 용돈의 거의 전부이다시피 한 외식비는 가계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생활경제에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소득주도경제를 주창한 이 정부로서는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그동안 미국과의 FTA개정협상이나 잇단 대미 철강관세문제, GM의 군산공장폐쇄 등 굵직한 현안 해결에 빠져있었다. 서민경제문제 따위는 말 그대로 미시경제적인 것쯤으로 치부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보잘 것 없어보였던 문제들이 점점 거시적이고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게다가 이런 문제의 시초가 된 것이 바로 이 정부가 들어서면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탓을 듣기에 여반장이 된 것이다.

서민물가가 오른 배경이 다름 아닌 시간당최저임금이 올랐기 때문에 물가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대고 있어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인상요인이다. 인건비가 올랐으니 원가가 그만큼 더 들었을 터다. 그러니 생산원가에 인건비상승분을 감안하는 것은 경제이론상 당연하다.

정부도 이런 예상은 일찍이 했을 것이다. 서민들의 소득증가를 생각해서 인건비를 울려줬다. 또 소득증가에 따른 소비진작 내지 경기부양도 감안했을 것이고. 그러노라면 지방선거도 임박해지고 좌익정부의 장기적 판도 역시 탄탄해지리라는 생각을 왜 못했겠는가.

최저임금인상 하나로 그런 꿈까지 꿨을까 싶지만, 정책입안과 집행의 뒤안길에는 수만 가지 생각이 깔리기 마련이다. 동네골목길 공사를 두고도 정치적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게 상식이 된지 오래다. 그런데 청년실업자 혹은 영세서민 내지 노동자들에게 보수를 더 주겠다는 발상이야말로 정치적 결단이 왜 아니겠는가.

올린 임금을 다시 환원할 수는 없다. 물가가 올랐다고 이미 주기 시작한 임금을 되 달라고 하지 못해서다. 그러니 정책이라는 것은 한 두수 내다보고 실행에 옮겨서는 아니 된다. 아무리 권부라고 해도 장비 헌 칼 쓰듯 하루아침에 덜컥 군중이 좋아한다고 민감한 정책을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다.

26일, 한-미 FTA 개정협상 차 미국을 다녀온 관계자가 결과를 발표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적인 협상이었다고 들린다. 그동안 트럼프정부의 통상압력에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로서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짓게 되는가 싶다.

딱히 ‘꼭 그렇다’는 단정적인 표현을 쓰지 못하는 이유가 달리 있다. 아시다시피 정부는 그동안 여러 나라와의 협상결과를 액면 그대로 소상하게 밝히지 못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문제가 생길 적마다 숨겼던 조문이 드러나 설왕설래한 예가 있었던 터였다.

이날 협상결과를 관계자로부터 듣고 난 기자와 전문가는 대뜸 “좀 더 두고 봐야 안다”는 표현을 쓰고 있었다. 철강관세, 자동차수입, 농산물문제 등등 세부적인 협상결과에 대해 우리 측 협상결과 발표와 미국의 그것이 동일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에 있어서 이번 협상이 갖는 의미는 거의 절대적인 과제였다. 무난한 협상이었다는 말대로 우리경제가 순탄하기만을 비는 마음은 모든 국민의 소원이다. 문제는 하찮아 보이던 외식비가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50%씩이나 올랐다.

물가인상이 정부불신과 직결된다고는 못한다. 다만 물가인상의 핑계거리를 제공한 당국이 과연 어떻게 난관(?)을 극복할 것인가에 귀추가 쏠린다. 또 세금 풀어 틀어막는 정부의 모습을 보기는 싫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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