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올림픽 이후’가 문제라던 막연한 기우가 당장 발등의 불로 번지고 있다. 경제문제가 국정의 급선무가 되었다. 올림픽이 시작되자마자 GM군산공장이 폐쇄결정은 내린 것이다.

미국본사의 결정에 따라 한국에 날벼락이 날아든 것이다. ‘날벼락’ 같다지만, 저간의 사정을 알고 있는 터수라 올 것이 왔다는 표현이 지당하다. 장사가 뜻대로 되지 않는데 좌판을 벌이고 있는 게 이상했다는 논리다.

이미 그 공장은 문을 닫아도 벌써 닫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가동률이 20%대를 오가는 상황인데도 강성노조는 늘 투쟁의 강도를 늦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의 뜻대로(?) 공장은 활기를 잃어갔다.

철수결정과 함께 노조원들은 거리로 나와 ‘폐쇄반대를 강력하게 주장한다.’ 면서 붉은색 깃발을 휘날리고 있다. 이 공장이 미국에 본사를 둔 회사여서 이 정도였을 게다. 한국인이 주인인 회사였다면, 모르긴 해도 사업주는 이미 초죽음에 몰렸으리라.

우선 정치권의 닦달로 문을 다시 열거나 주인이 바뀌는 기적이 일어났을 터다. 노조의 의기양양한 붉은 기폭이 하늘을 뒤덮였을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노조는 정권의 거대주주로 전면부상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런 세력의 위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기업 GM은 대한민국강성노조의 심장부에 있는 공장을 폐쇄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것도 평화를 그토록 갈망하고 이의 실현을 위해 불철주야 애를 쓰는 문재인대통령이 지휘하는 올림픽제전이 한창인 때에.

‘한국이 군사동맹국이긴 해도, 경제적으로는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무슨 보복하듯 GM의 폐쇄결정을 트럼프는 환영해 마지않았다. 그러면서 이 회사가 디트로이트로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에 기뻐하기까지 했다.

출신이 기업인인 사람인지라 일개 회사의 일에도 관심을 쏟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당하는 우리로서는 그 이상의 감정이 내재돼 있다는 짐작을 하게 된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한미간에는 일반국민도 알만큼 간격이 커지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이념을 두고 거대한 절벽과 씨름하는 양상을 드러내면서 갈등은 심각한 체제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중이다.

지난 체제에 익숙한 국민으로서는 쉬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몸짓이다. 성역이기에 보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그늘이 더 이상 한반도에서 자리를 잡아서는 안 된다는 소리가 권력의 속성처럼 힘을 얻고 있는 즈음이다. 반대로 그들이 이만큼 자란 국력을 크게 갉아먹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겹치고 있다.

그러니 미국의 생각과 행동이 우리 정권의 향방과 올이 다른 듯 비치는 걸 두고 국민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새 정권의 구성요소를 두고 분석과 해석도 크게 다르다. 이번 공장폐쇄에 대한 견해도 그래서 다르다.

단 한가지 공통된 우려가 있다. 경제문제가 그것이다. 지역경제 차원을 넘어 한국경제 전반에 드리우는 구름이 짙어질까 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군산지역경제만 해도 근로자와 그 부양가족 그리고 상권관련자 등 적어도 2만여명의 생계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그 회사는 이외에 3개의 공장을 더 두고 있다. 그 공장들의 운명도 경각에 달렸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그 공장들 뿐 아니다. 국내기업 특히 대기업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총수들은 정권의 눈치 보느라 여념이 없다.

새 정권은 적폐청산과 북한접대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이, 미국은 비경제동맹국에 가할 수 있는 역대 급 타격을 가한 것이다. 게다가 유사한 조치들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경제’라는 정권유지의 요체를 설파한 정치론이 새삼 떠오른다. 민심은 배부른 게 우선이라는 소리일 터다. 그렇다고 서울시가 청년실업연금을 늘여 푼다는 소식은 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으로 들린다.

세금은 선거로 뽑힌 자가 마음대로 나누어 주어도 되는 재화가 아니다. 정권은 그렇게 해서 유지되지 않는다. 세계는 인터넷의 창, 그 너머에 현실 가능한 유토피아가 있다는 것을 일러주고 있어서다. 젊은이들이 그리는 세계가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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