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대우건설 매각 차질...실적 없이 비난만 '팽배'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이동걸 KED산업은행 회장(사진)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회장 취임 후 추진된 금호타이어와 대우건설 매각작업이 잇따라 중도 무산되는 등 기업 구조조정 책임기관으로서 산업은행이 제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는 탓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수설이 불거진 한국지엠(GM) 관련 산업은행 책임론이 불거졌다. 산업은행이 지분 17%를 보유한 2대 주주임에도 미국 GM 본사에 일방적으로 끌려만 다니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요 주주로서 산업은행의 역할 부재와 그에 따른 질타는 한국지엠 30만 노동자의 생존권과 천문학적 국부유출이란 양자택일의 갈림길 사이에서 향후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이보다 앞서 산업은행은 이동걸 회장 취임 후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두 건의 기업 구조조정에 있어 잇따라 실패를 맛봤다.

금호타이어 정상화 방안은 금호그룹과의 상표권 논란 등이 발목을 잡더니 지지부진 시간만 허비하고 있고, 대우건설 매각은 해외사업 적자가 뒤늦게 확인되며 유일한 인수희망자였던 호반건설의 중도 퇴장으로 일단락됐다.  

이명박 정부 당시 초거대 투자은행을 꿈꾸며 잠시 민영화 계획을 세우기도 했던 산업은행은 이후 정부에서 금융시장 불안 해소 및 기업 구조조정 주도, 미래성장동력 발굴 및 육성 등 '산업발전과 시장 안정화'란 국책은행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 왔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이동걸 회장 역시 정책금융으로서 산업은행 역할론을 강조해 왔는데, 정작 은행의 핵심 업무 중 하나인 기업 구조조정에 있어서는 실망스런 모습만 보이고 있는 중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동걸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원칙주의자로서 소신을 강조하면서도 사안별로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고 실적까지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참여정부 시절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고 현 정부 출범 전까지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해 왔다. 산업은행 수장 선임 당시 업계 평은 '거시적 안목이 뛰어난 원칙론자'였다.

원칙론자로서 이 회장의 모습은 금호타이어 정상화 과정에서 잘 나타났다. 상표권 협상 등에 있어 개별 기업 및 노조에게 끌려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천명했던 것인데, 결과는 매각 무산 및 적자 누적 등 최악에 가깝다.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해선 혈세 수조원이 투입된 기업 M&A임에도 조속한 매각에만 초점을 맞추더니 가격 후려치기·특정기업 밀어주기 의혹을 자초했고, 이내 해외 사업 부실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며 매각작업 자체를 그르치고 말았다.

이 회장의 리더십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원칙이 중요하다지만 변화무쌍한 금융환경을 고려하면 상황에 맞는 대처능력이 더 필요하다”며 “이 회장이 공정성을 강조해온 현 정부의 정책금융 수장을 맡아 처음에는 그 부분에만 너무 초점을 맞추더니, 이후로는 본인의 원칙마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건 아닌가 싶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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