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계좌 발행 여부는 은행 자율에 맡겨

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거래소 전광판에 게시된 가상화폐 시세. <사진=연합>
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거래소 전광판에 게시된 가상화폐 시세. <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정부 방침이 현실적 규제안으로 정해졌다. 과도한 투기는 억제하고 블록체인 등 첨단 기술 성장은 돕겠다는 것으로, 이번 정부 결정에 대해 가상화폐 업계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제공해 온 은행들의 경우 이후 거래소와 거래에 있어 보다 신중을 기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부처 간 의견 충돌로 논란을 빚은 가상화폐 대책 관련 정부가 극단적 조치 대신 현실적 규제안을 택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15일 ‘정부의 가상화폐에 대한 대응’을 발표하며, 법무부가 추진한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결정을 보류하고 금융당국 주도 거래 실명제 도입을 추진할 예정이라 밝혔다.

첨단 IT기술의 발전 자체를 막을 수 있는 강경책 대신 투자 심리 과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규제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안에 대해 잠정 보류를 결정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아울러 가상화폐가 법정 화폐가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하며, 투자에 따른 책임은 투자자 개인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역시 15일 열린 ‘금융혁신 추진방향’ 브리핑에 참석 “정부의 규제 조치는 블록체인이나 가상화폐가 아닌 과도한 투기적 거래”라며 “욕을 먹더라도 할 일은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추진키로 한 거래 실명제는 가상화폐 규제에 대한 법제화까지 임시 방책 성격이 강하나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상당할 전망이다.

실명제가 도입되면 가상화폐 거래소 이용자는 해당 거래소가 이용하는 은행의 계좌를 통해서만 입출금을 할 수 있다. 은행에서는 고객의 이름과 계좌번호 및 주민등록번호를 확인, 19세 미만 미성년자와 국내 미거주 외국인의 거래소 거래를 차단할 수 있다.

또 은행에서는 ‘위험고객 확인 의무’에 따라 일정 금액 이상 투자자금에 대해선 거래 목적과 출처를 확인해야 하는데, 이 경우 하루 수만 건에 달하는 거래소 거래량과 그에 따른 업무 부담이 클 전망이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스스로 계좌를 정리할 수 있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그럼에도 가상화폐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통해 거래 양성화가 이뤄지고 그에 따른 투자자 추가 유입이 가능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가상계좌 발급을 은행 자율에 맡겼는데, 이에 대해 은행권에서는 상당히 신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가상계좌 운영에 따른 수수료 이익이 그다지 크지 않은 상황에서 과중한 업무 부담은 물론 가상계좌 운영에 따른 도의적 책임론 등 후폭풍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의 실명확인 서비스 도입 중단 결정 때처럼 섣부른 가상계좌 발급 중단이 은행에 대한 비난론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 또한 은행들에게는 부담스런 부분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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