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율 70% 붕괴 임박…내집마련 더 어려워져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서울 지역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올해 새 아파트가 대거 입주를 시작하면서 전세가율이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가율은 매매가 대비 전세 보증금의 비율을 뜻한다. 이 비율이 낮을수록 집값과 전세보증금의 차이가 크다는 의미가 돼 수주택 서민들이 내 집을 갖기 어려워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8일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올해 서울과 주변 지역에서 입주를 앞둔 새 아파트가 많다”며 “집값도 크게 오르고 있어 조만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70% 이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70.1%로 작년 11월(70.6%)에 비해 0.5%포인트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작년 5월 이후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급등한 반면 전셋값은 안정세가 유지되면서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적었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60%대로 떨어진다면 2015년 6월(69.6%) 이후 2년여만 일이다.

지난달 전세가율을 구별로 보면 강남 11개구는 66.4%로 전월(67.2%) 대비 0.8%포인트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강북 14개구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74.7%에서 74.3%로 0.4%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강남구와 송파구의 전세가율은 지난달 각각 55.9%, 61.0%를 기록해 전월 대비 1.1%포인트, 0.6%포인트 하락했다.

서초구도 57.6%에서 56.4%로 1.2%포인트 하락했으며 강동구도 75.2%에서 74.3%로 0.9%포인트 떨어졌다.

강남4구와 인접한 동작구는 73.2%에서 72.2%로, 양천구는 67.9%에서 66.9%로 각각 1%포인트씩 하락해 낙폭이 컸다. 광진구도 71.8%에서 71.0%로 0.8%포인트 떨어졌다.

강북에서는 용산구의 전세가율이 58.6%를 기록해 가장 낮았다. 종로구가 작년 11월 70.1%에서 지난달 69.6%로 0.5%포인트 하락하며 70%선 아래로 떨어졌다.

마포구와 성동구의 전세가율은 각각 73.5%, 71.7%로 전월보다 0.7%포인트, 0.9%포인트 하락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의 하락은 매매가격이 너무 많이 오른 영향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주택 가격은 3.64% 올랐다. 지난해 정부가 8·2부동산 대책 등으로 규제책을 내놨지만 2016년에 비해 오히려 상승폭이 확대됐다.

서울 집값은 새해 들어서는 더욱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새해 첫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33% 올라 1월 첫주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10년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값은 한국감정원 조사에서도 최근 3주 연속으로 오름폭이 커졌다. 특히 강남구는 새해 첫주 0.98% 올라 주간 단위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송파구도 0.85%로 역대 두 번째로 높다.

올해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은 것도 전세가율 하락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입주물량 3만4천여가구다. 작년보다 28.3% 증가한 양이다. 서울 전세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경기도의 입주물량도 지난해보다 25.7% 늘어난 16만1천992가구에 달한다. 지난 1990년 이후 최대 물량이다.

새 아파트가 입주하면 주변지역 기존 전셋집의 시세가 하락하는 게 일반적인 경우임을 감안하면 전세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는 셈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새 아파트가 완공되고 집주인이 전세를 내놓으면 주변에서 세를 놓던 기존 아파트 주인들은 보증금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주변 전세 시세가 전체적으로 하락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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