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신세계 이어 한진과의 소송서도 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지난달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유통 분야 불공정거래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지난달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유통 분야 불공정거래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사 부당 지원을 두고 한진과 SK, 신세계 등 대기업과 벌인 소송에서 연이어 패했다.

공정위가 부당 지원의 근거로 제시한 정상적인 거래 사례를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탓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해소를 강조하고 있고 한화와 하이트진로, 대림 등을 실제로 조사 중인 상황이라 공정위의 입지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 취소소송을 상고할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5일 말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 행정2부는 한진그룹 계열사인 대한항공·싸이버스카이·유니컨버스가 공정위를 상대로 “계열사 내부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에 일감을 몰아줬다며 물린 과징금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을 승소 판결한 바 있다.

공정위은 대한항공이 지난 2015년 2월부터 같은해 11월까지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에 판촉물 업무와 인하대 콜센터 업무를 맡기면서 판촉물 매입가격을 부당하게 인상해 줬다며 과징금과 시정명령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법원은 공정위가 적당한 비교 사례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부당한 이익제공 행위가 성립하려면 해당 거래와 동일한 실제 사례를 찾거나 유사 사례를 선정한 후 부당성을 판단해야 한다”며 “공정위는 적절한 판촉물 거래 마진율을 산출해 본 바 없고 정상가격을 추단하는 과정 없이 단순히 마진율이 2.86배나 증가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니컨버스의 콜센터 시스템 사용료 등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전체 계약금액 또는 전체 계약금액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항목에 관해 유사 거래의 정상가격을 추단해 비교한 바 없다”고 판시했다.

공정위는 SK그룹과도 계열사 부당지원을 놓고 소송을 벌였다가 지난해 초 최종 패소했다.

이 소송은 공정위가 지난 2012년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 등 SK그룹 7개 계열사가 SK C&C에게 IT아웃소싱 인건비와 유지보수비 등을 시세보다 높게 지급했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내려 시작됐다.

법원은 이 사건도 공정위의 비교 사례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특별2부는 “SK C&C에 제공한 인건비가 현저히 유리한지 판단할 때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거래가 전제돼야 한다”며 “이 계약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서비스가 제공된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한 이상 SK C&C에 정상가격보다 현저히 높은 인건비를 지급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공정위가 계열사 부당 지원을 두고 대기업과 소송을 벌였다가 진 사례는 또 있다. 신세계그룹과의 소송이다.

공정위는 신세계와 이마트가 제빵업체인 신세계SVN의 판매수수료를 낮춰 준 것을 문제 삼았지만 법원은 이 역시 비교사례를 잘못 잡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특별2부는 “공정위가 수수료로 제시한 비교대상거래는 신세계SVN과 인지도, 매출 등에서 차이가 있어 비교대상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정상수수료를 합리적으로 추산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공시대상기업집단과 관련된 정보를 지속적으로 분석해 시장 감시를 활성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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