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대 ‘순혈주의’ 논쟁 불붙어

지난달 28일 낙하산 인사 지주 회장 내정 반대 투쟁을 펼치고 있는 부산은행 노조원들. <사진=연합>
지난달 28일 낙하산 인사 지주 회장 내정 반대 투쟁을 펼치고 있는 부산은행 노조원들. <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BNK금융그룹 회장 인선이 산으로 가고 있다. 지주 회장 유력후보로 비(非)부산은행 출신 외부인사가 거론되자 부산지역에서는 정권 차원의 낙하산 인사 내정에 따른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반면 경남권에서는 부산은행 내부의 ‘순혈주의’ 문화를 문제 삼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BNK금융그룹 차기 회장 인선을 둘러싼 지주 내부갈등 및 부산과 경남지역 간 지역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BNK 인사 논란은 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가 차기 회장 선출 관련 회장과 은행장 분리 및 지원 대상 자격을 외부인사로까지 확대하면서 불거져 나왔다.

부산은행 노조는 즉각 “지원자격 확대는 친여권 성향 외부 낙하산 인사 선임을 위한 것”이라고 비난하며 “지방은행에서 회장과 행장 직 분리는 전례가 없다”고도 밝혔다.

지난달 말 임추위가 BNK 차기 회장 1차 후보군에 외부인사 2명을 포함시키자 노조측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고 노조위원장의 삭발투쟁까지 이어졌다.

부산은행 노조는 “외부인사 회장 선임 시 수 십년 간 지역 경제의 근간을 지탱해 온 부산은행과 BNK금융지주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며 “반드시 차기 지주 회장에 부산은행 출신 내부인사가 선임돼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부산상의 소속 지역 경제인들도 낙하산 인사 선임의 부당성을 알리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부산은행 노조 측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최근에는 지역 정치권 역시 BNK 인사 논란에 가세했다.

자유한국당 및 바른정당 부산시당 관계자들은 정부·여당의 BNK 인사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보은인사·낙하산 인사 강행 시 다음 선거에서 역풍이 불 것”이라 경고했다.

반면 BNK지주의 또 다른 축인 경남은행과 경남지역 여론반응은 사뭇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경남지역 언론에서는 “BNK 지주 회장 인선 과정의 문제점은 부산은행 ‘순혈주의’에 있다”며 “1차 후보자 선정 역시 부산은행 출신에게 유리하게 작용, 내부인사가 다수 포함됐다”고 비난했다.

이어 “지주 회장으로서 후보자의 능력 등을 고려치 않은 채 부산은행 출신이 아니란 이유로 무조건 배척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남지역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 논란의 핵심에는 BNK지주 내 뿌리 깊게 자리해 온 특정학교 출신 인사들의 기득권 투쟁이 자리하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인사 개입 의혹이 제기된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역시 “BNK인사에 개입하지도 개입할 의사도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며, “BNK 내부의 부산은행 순혈주의가 문제”라고 재차 강조했다.

경남은행 노조의 경우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낙하산에는 반대하나, 특정계열사로 권력 집중은 조직의 경직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외부인사 회장 취임 및 회장-행장 분리에는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BNK 임추위는 지난달 28일 회의를 개최하고 박재경 BNK금융지주 회장 직무대행, 손교덕 경남은행장, 빈대인 부산은행장 직무대행, 임영록 전 BNK금융경영연구소 대표, 이정수 전 BS저축은행 사장, 정민주 BNK금융경영연구소 대표,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박영빈 전 경남은행장 등 8명을 1차 회장 후보로 선정했다. 이들 중 외부인사는 김지완·박영빈 후보자 2명이다.

향후 임추위는 후보자들에 대한 심층면접 실시 후 최종 회장 후보를 선정해 이사회에 추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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