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 대출로 시장 잠식...시중은행보다 제2금융권에 치명적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영업 개시 1주일 만에 계좌 150만개를 돌파에 성공했다. 사진은 카카오뱅크 애플리케이션 실행 모습.<사진=연합>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영업 개시 1주일 만에 계좌 150만개를 돌파에 성공했다. 사진은 카카오뱅크 애플리케이션 실행 모습.<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안소윤 기자] 케이뱅크(이하 K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과 동시에 빠른 속도로 많은 고객을 유입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을 핵심 사업으로 삼고 있는 인터넷은행의 강세에 주 고객군이 겹치는 제2금융권이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1호 인터넷은행 K뱅크와 후발주자로 나선 카카오뱅크가 출시 초반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 4월 3일 출범한 K뱅크는 영업 개시 3일 만에 계좌개설 고객이 8만4천239명, 수신계좌수 8만8천513개, 체크카드 7만6천123장 발급, 6천633건의 대출승인을 기록했다.

이후 출범 100일차였던 지난 7월 11일에 수신 6천500억원, 여신 6천100억원을 달성하며 올해 목표치로 잡았던 수신 5천억원, 여신 4천억원을 일찍이 넘어섰다.

지난 7월 27일부터 서비스를 개시한 카카오뱅크의 경우 카카오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무기로 K뱅크 이상의 여수신 잔액 증가 속도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영업 개시 만 1주일만인 지난 3일 계좌개설 150만개를 돌파했으며 여신액 6천530억원, 대출액 4천970억원을 기록했다. 체크카드의 경우 103만5천장이 발급된 것으로 집계됐으며 지속적인 고객의 발급신청 쇄도에 배송이 3주 이상 지연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인기몰이에 카드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금융사들은 그야말로 좌불안석(坐不安席)이다. 인터넷은행의 점유율 확대는 제2금융권에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과 제2금융권은 조달뿐만 아니라 대출 측면에서도 목표하는 고객군이 같다, 특히 대출금리까지 제2금융권보다 중금리대출 위주인 인터넷은행이 더욱 낮은 상황이다.

실제 K뱅크의 경우 신용등급 7등급 이상인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4.16~8.96%를 부과하는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을 내놓았다. 이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금리(4.65%)와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10% 이상)의 사이에 위치한다.

앞으로 중금리대출 시장이 간편함과 편리성을 앞세운 비대면 채널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제2금융권과 인터넷은행 간에 대출 경쟁이 심화된다면 제2금융권의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하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의 성공은 시중은행보다 제2금융권의 걱정거리”라며 “인터넷은행의 예상 대출 규모는 은행에 크게 위협될 만한 상황이 아니고 소폭 높은 예금금리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시중은행에 의미있는 경쟁압력으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제2금융권은 가계부채 대책으로 인한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상황인데다 대출잔액도 인터넷은행이 조만간 큰 차이 없이 따라잡을 수 있고 대출금리도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높은 편이라 수익성 하락이 크게 다가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P2P(개인간거래) 업체에 이어 인터넷은행까지 등장하면서 중금리대출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며 “고전적인 대출 플랫폼으로는 신규 서비스와의 경쟁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앞으로의 상황 반전도 업계의 노력에 달렸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쌓아온 ‘빅데이터’를 가장 강력한 무기로 신용평가모델을 고도화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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