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 리포트 안내는 건 괴리율 공시와 상관없어…
기업이 애널에게 행하는 불편한 관행부터 개선돼야

 
 

[현대경제신문 안소윤 기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내놓는 기업분석보고서(리포트)의 목표주가와 실제주가의 차이를 공시하는 ‘괴리율 의무 공시제도’가 오는 9월부터 시행된다.

이를 통해 리포트 속 투자의견이 ‘매수’ 일색이던 관행이 깨지고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의견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제도 시행을 한 달 여 앞둔 지금도 ‘중립’과 ‘매도’의 비중은 여전히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내달부터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목표주가와 실제주가와의 괴리율을 리포트에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높은 목표주가나 투자의견으로 매수가 지배적인 보고서 관행에 제동을 걸고 증권 리포트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괴리율 의무 공시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증권 리포트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 2015년 6월말 기준 애널리스트 리포트 투자등급 비율 공시를 살펴보면 국내 증권사의 평균 매수의견은 85.0%, 중립의견 14.7%, 매도의견 0.3%의 비중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외국계 국내법인과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의견 비중이 각각 18.7%, 14.8%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국내 증권사의 매도 의견 비중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증권사는 애널리스트 등 리서치 부문이 직접적 수익 창출 역할보다 정보 비대칭성 축소와 건전한 투자문화 유도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다는 관점에서 보다 심도 있고 객관성이 담보된 리포트를 발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제도 도입으로 증권사가 높은 목표주가와 긍정적인 투자의견으로 투자자를 현혹하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제도 시행 한 달을 앞둔 현재 증권 리포트에는 변화의 낌새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25일 기준 신한금융투자의 투자의견 비율은 매수가 88.07%, 중립 8.72%, 매도는 0%를 기록했다.

하나금융투자도 같은 달 26일 기준 투자의견으로 87.3%, 중립 12.0%, 매도 0.7%의 비중을 나타냈으며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지난 6월 30일 기준 매수 92.8%, 중립 7.2%, 매도 0.0%비중의 투자의견을 보였다.

이외의 다른 증권사들 역시 지난 2015년 리포트 투자의견 비율 공시와 다를 바 없는 수준을 유지 중이다.

이에 두고 일각에선 괴리율 의무 공시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괴리율 공시제가 도입되면 리포트의 투명성과 객관성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실질적 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목표주가의 완화는 어느 정도 나타나겠지만 ‘매도’ 리포트 발행이 적은 것은 괴리율과 상관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도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기업 탐방을 거절당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등 중립을 포함, 매도 의견의 리포트 발행은 애널리스트에 있어 큰 부담이 되는 부분”이라며 “다양하면서도 객관적인 투자의견을 위해선 리포트 자체의 관행보다는 기업이 애널리스트에 행하는 관행부터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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