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무효소송 연패에도 또다시 소송 제기

베링거인겔하임의 당뇨병 치료제인 트라젠타. <사진=한국베링거인겔하임>
베링거인겔하임의 당뇨병 치료제인 트라젠타. <사진=한국베링거인겔하임>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연매출 1천억원의 당뇨병 치료제 트라젠타의 제네릭(복제약)을 출시하기 위한 국내 제약사들의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30일 특허청에 따르면 한미약품과 삼천당제약, 국제약품, 휴온스, 동화약품 등은 최근 트라젠타의 용도특허인 ‘크산틴 유도체를 포함하는 약제학적 조성물 및 이의제조방법’의 존속기간이 1년 7개월 연장된 것이 잘못됐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 특허는 당초 2023년 9월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개발사인 베링거인겔하임이 존속기간 연장에 성공해 2025년 4월로 늘어났다.

존속기간 연장은 특허를 받기 위해 특허청이 아닌 다른 기관에서 별도 허가를 받거나 등록하는 경우 여기에 사용한 시간만큼 특허기간을 연장해주는 것을 말한다. 한번에 연장받을 수 있는 기간은 최대 5년이다.

트라젠타는 베링거인겔하임과 릴리가 공동 개발한 DPP-4 억제제 계열의 당뇨병치료제다. DPP-4는 인슐린 분비를 돕는 호르몬을 분해하는 효소다. DPP-4 계열 약품들은 이 효소를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트라젠타는 지난 2012년 국내에 출시됐으며 유한양행이 유통을 맡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973억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전체 의약품 중 5위권에 해당하는 규모다. 제약업계 43위인 삼일제약의 지난해 매출(961억원) 보다도 많다.

트라젠타의 물질특허인 ‘크산틴 유도체 및 이의 제조방법’은 2024년 6월 만료되나 올해 9월부터는 제네릭 출시가 가능하다. 제네릭은 이미 허가된 의약품과 제형·안전성·효능 등이 같은 의약품을 말한다.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3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국내 제약사들은 트라젠타 제네릭을 출시하기 위해 특허 무효화를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트라젠타의 지난해 생동성시험계획 승인건수가 18건으로 전체 1위를 차지할 정도다. 생동성시험은 제약사들이 제네릭을 허가받기 위해 거쳐야하는 항목 중 하나다.

이에 아주약품과 유영제약, 코오롱제약, 안국약품, 대웅제약, 일동제약, 제일약품, 한미약품, 종근당 등은 지난 2015년 초 트라젠타의 물질특허를 깨기 위해 개별적으로 특허무효소송과 특허존속기간연장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특허심판원은 국내 제약사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허심판원 6부는 존속기간연장무효소송에 대해 “트라젠타의 용도특허 존속기간에는 특허 신청을 위한 임상시험 기간이 포함돼 있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 심사를 하기 위해 검토하던 시간이 있기에 이 기간은 특허를 사용할 수 없던 때로 보는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물질특허 무효소송은 자진취하로 결론났다.

제네릭 출시를 위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승소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소송을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라젠타의 또다른 물질·용도특허 역시 결과는 같았다.

지난해 8월 특허심판원은 한미약품과 대웅제약, 일동제약, 안국약품, 동구바이오제약 등 5개 제약사가 트라젠타의 물질·용도 특허인 ‘8-[3-아미노-피페리딘-1-일]-크산틴, 이의 제조방법 및 이를 포함하는 약제학적 조성물’을 대상으로 낸 특허무효소송을 기각했다.

기존 기술과 다르고 특허설명서가 통상의 기술자가 용이하게 실시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기재돼 있다는 이유다.

이처럼 연이은 패배에도 한미약품과 삼천당제약 등이 이번에 또다시 소송을 낸 것은 특허소송에서 처음으로 이기면 제네릭 독점 판매권을 갖게 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판매품목허가제는 제네릭 출시를 준비하는 제약사가 특허심판원이나 법원으로부터 해당 제품이 오리지널약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인정을 받으면 9개월 동안 해당 의약품을 독점 판매하도록 허가해주는 제도다.

다른 의약품 없이 오리지날약과 1대 1로 경쟁할 수 있고 독점판매기간이 끝나더라도 시장 선점효과가 있어 제네릭 경쟁에서 큰 이점으로 작용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제약사들의 제네릭 영업전략은 우선판매품목허가제 도입으로 영업력 위주에서 허가 위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고 있다”며 “제네릭 시장도 이제 특허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