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두산 ‘맑음’ 롯데·GS ‘흐림’

LG화학 청주공장 직원들이 수처리 역삼투압(RO·Reverse Osmosis) 필터의 성능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LG화학>
LG화학 청주공장 직원들이 수처리 역삼투압(RO·Reverse Osmosis) 필터의 성능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LG화학>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대기업들이 940조원에 이르는 수처리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두산과 LG는 연이은 사업 수주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반면 GS와 롯데는 아직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거나 사업 중단이 검토되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LG화학은 글로벌 수처리 전문 기업인 메티토(Metito)가 이집트 엘갈라라(El Galalah)와 포트 사이드(Port Said)에 건설하는 30만t 규모 해수담수화 공장에 역삼투압(RO·Reverse Osmosis) 필터를 공급한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LG화학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염분 제거율(99.85%)과 우수한 에너지절감 기술 등으로 경쟁 업체를 압도했다”고 설명했다.

30만t은 하루 동안 약 1백만명에게 담수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LG화학은 앞선 지난해 6월에는 오만 소하르 SWRO사가 건설하는 해수담수화공장에 약 2만개의 RO 필터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는 하루 25만t의 담수를 약 80만명에게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정철동 LG화학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사장)은 “미래 인류의 생존을 위한 핵심 자원인 수처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확보했다”며 “전세계 16개국에 구축된 조직을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고 선제적인 투자로 시장을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은 해수담수화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4월 글로벌 물사업 조사기관인 글로벌워터인텔리전스(GWI)로부터 ‘올해 최고의 담수 기업’으로 선정됐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1978년 사우디아라비아 파라잔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 중동 해수담수화 시장에 뛰어들었다.

두산중공업은 이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후자이라와 사우디아라비아 쇼아이바 등 중동지역 담수플랜트를 사실상 독점하며 세계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섰고 2011년 2월에는 단위 용량으로 세계 최대인 사우디 얀부(Yanbu-Phase 2) MED 해수담수화 설비를 수주했다.

세계 최대 규모 해수담수화 플랜트도 두산중공업이 건설 중이다. 이 플랜트는 사우디 동부 라스 알 카이르(Ras Al Khair) 지역에 건설되고 있으며 하루 담수 생산량은 350만 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104만t 규모다.

반면 롯데의 수처리 사업은 아직 개점휴업 상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5년 2월 삼성SDI의 수처리 멤브레인(분리막) 사업을 인수한 뒤 이듬해 사업목적에 ‘수처리’를 추가했다.

이 인수로 롯데케미칼은 경기도 의왕 연구개발 센터에 있는 분리막 시범 생산설비와 인력·기술을 모두 넘겨받았으나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대구에 수처리사업 담당 사업장을 세웠으나 현재는 연구개발 단계”라고 말했다.

GS의 수처리 사업은 담당 자회사 매각이 추진됐다가 번복된 상황이다. GS건설은 지난 2012년 6월 스페인의 수처리기업인 이니마를 3천400억원에 인수했다.

이니마는 지난 1957년 설립된 회사로 당시 역삼투압 담수플랜트분야 세계 10위권 업체였다.

허명수 GS건설 부회장은 당시 “이니마 인수를 계기로 GS건설이 세계적인 종합 수처리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며 “이니마를 2020년까지 매출 1조원 이상을 시현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수처리업체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니마는 GS건설이 해외 프로젝트의 대규모 적자로 자금난에 빠져 지난 2014년 매각이 추진되는 부침을 겪었다. 이 매각 작업은 GS건설이 이듬해인 2015년 8월 자회사인 파르나스호텔을 7천600억원에 팔며 잠정 중단됐지만 현재까지 이니마의 수주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이니마는 현재까지 수처리사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GWI는 세계 수처리 시장 규모가 지난해 7천139억달러(약 802조원)에서 2020년에는 8천341억달러(약 9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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