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 위기, 대규모 투자로 대처”

SK이노베이션 연구원이 배터리 셀 생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연구원이 배터리 셀 생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편집자주] 1회 충천으로 500km를 주행하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SK이노베이션이 2020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기술이다. LG화학은 올해 전기차 배터리 기술개발에 3천억원 이상을 투입한다. 4개 사업부문 중 제일 많은 투자금액이다. 또 삼성SDI는 헝가리 공장을 당초 계획보다 2개월 빠른 올해 7월 완공하고 내년 하반기 본격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해외기업 배척 정책으로 배터리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 회사의 대응책이다.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 증설…“사업 규모 확대”
LG화학, 올해 R&D에 3천억 투자…전체 투자액의 30%
삼성SDI, 헝가리 공장 완공 앞당겨 유럽시장 선제 공략

SK이노베이션은 2020년까지 1회 충전으로 500㎞를 주행하는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개발하겠다고 지난 9일 선언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최근 중국 배터리공장 가동 중단 등으로 닥친 위기를 장거리 운행이 가능한 배터리 충전기술 개발과 향후 시장 확대에 대비한 대규모 투자로 대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선 지난 1월 SK이노베이션이 중국 베이징에 합작해 설립한 전기차 배터리공장(BESK 테크놀로지)은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이 공장은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에서 만들어진 배터리 셀을 패킹(packing)하는 곳으로 지난해 중국 정부가 외국산 배터리를 쓰는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자 주문이 줄어 컨베이어벨트가 멈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이 같은 위기를 기술 개발과 공장 증설이라는 정공법으로 대처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설비를 현재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린다고 지난달 초 밝혔다.

신설되는 배터리 생산설비는 총 2GWh 규모다. 이에 따라 현재 1.9GWh급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총 3.9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이는 연간 14만대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번 증설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 중심의 신성장사업 강화와 사업구조 혁신을 강력하게 실천하게 됐다”며 “글로벌 시장의 주요 프로젝트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사업의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에 증설되는 설비들은 내년 상반기 완공되며 SK이노베이션은 같은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간다.

특히 공간 활용도와 생산 효율성이 개선돼 기존 설비에 비해 3배 이상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LG화학은 올해 전기차 배터리 기술 개발에 3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지난 2월 대전 기술연구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R&D 전략을 발표했다.

박진수 부회장은 “사업성과와 연결되는 연구개발은 물론 미래준비를 위한 핵심·원천 기술에 선제 투자해 2025년 50조원 매출의 글로벌 톱5 화학사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 확대의 핵심은 전기차 배터리가 속한 전지부문이다. 박 부회장은 분야별 투자액에 대해 “전지 부문이 30% 이상, 나머지 기초소재·정보전자소재·생명과학 부문, 법인의 신사업 등이 각각 10∼20% 정도”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은 또 투자액을 매년 10% 이상 늘려 2020년 1조4천억원 수준으로 확대한다. R&D 인력도 현재 약 5천300명에서 2020년 약 6천300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박 부회장은 “연구를 위한 연구는 지양하고 인류의 삶에 꼭 필요한 가치를 만드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겠다”며 “LG화학을 R&D 혁신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삼성SDI 관계자가 골프카트업체인 E-Z-GO의 신모델에 장착될 배터리 팩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SDI>
삼성SDI 관계자가 골프카트업체인 E-Z-GO의 신모델에 장착될 배터리 팩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SDI>

삼성SDI는 헝가리 공장의 완공을 앞당기며 유럽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국내 배터리업체 최초의 유럽 생산기지다.

삼성SDI는 올해 7월 헝가리 공장을 완공한 뒤 설비를 순차적으로 반입하고 현지정부의 승인을 거쳐 내년 하반기 본격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북쪽 35km 거리에 있는 이 공장은 브라운관 생산용으로 지난 2001년 완공됐으나 2007년 PDP 생산지로 변신, 7년간 PDP 모듈을 생산하다 2014년 문을 닫았다.

삼성SDI는 지난해 8월 이 공장을 유럽시장 공략을 위한 배터리 생산 거점으로 낙점하고 내년까지 4천억원을 투입해 순수 전기차 기준으로 5만대분의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공급 대상은 BMW와 폭스바겐, 아우디 등 유럽 완성차업체로 삼성SDI는 현재 직원 교육과 함께 설비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삼성SDI는 또 골프카트용 배터리에 눈을 돌리며 시장을 다양화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인 젠팩트(Genpact)에 따르면 2017년 글로벌 골프카트 수요는 21만4천대며 전기 동력차량 구매율은 작년 1%에서 올해 14%로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골프카트 신규 제품의 LIB 채택률은 이미 90%를 넘었다.

삼성SDI는 지난해 1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2020년까지 3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으며 올해 초에는 20분 충전으로 500㎞까지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 셀을 공개한 바 있다. 이 배터리 셀은 2021년부터 양산될 전망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고객과 시장의 요구사항에 최적화된 첨단 기술과 제품으로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가 빠른 시일 내에 대중화 될 수 있도록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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