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대선 전 ‘개편’이냐 ‘보류’냐

 
 

[현대경제신문 민경미 기자]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 및 지배구조 개편을 앞두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달 24일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을 보류하겠다. 지주회사 검토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존재해 지금으로서는 실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지만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애간장이 타는 상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4일 “지난 주총 때 나온 이야기에서 (지주사 전환 개편이) 더 진전된 것은 없다”면서 “아직까지는 잠정 보류된 상태”라고 말을 아꼈다.

정치권은 기업투명성 제고와 주주권리 확대를 위해 법인의 인적분할 시 자사주의 의결권이 부활하는 것을 막는 상법 개정안 등을 발의했지만 지난 3월 임시국회에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됐다. 그러나 다음 달 치러지는 장미 대선 이후 상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그전에 전환 작업을 마치는 것이 유리하다.

자사주의 의결권 부활은 삼성전자를 삼성전자 홀딩스(지주회사)와 삼성전자 사업회사로 쪼갤 때 삼성전자 홀딩스가 받을 사업회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현행 상법에 따르면 자사주에 대해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회사가 인적분할을 하면 지주회사에 자사주 비율만큼 사업회사 지분이 할당되기에 의결권이 살아나고, 지주회사는 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리할 것을 제안하면서 지주사 전환을 계획했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11월 29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사 전환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당시 삼성전자는 법률과 세제 문제를 살펴봐야하고 외부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최소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지난 달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전자는 그룹 이슈와 상관없이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다.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은 지난 달 14일 “5월말에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검토 결과가 발표될 것이다”고 밝힌바 있지만 올해 오너 리스크 등을 겪으며 지주사 전환을 잠정 보류한 상태다.

지주사 전환 개편을 진두지휘할 수장인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삼성전자는 지주사 전환 작업을 잠시 멈출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만일 무리하게 개편을 서두를 경우 뇌물 제공 혐의로 구속된 이 부회장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삼성전자로서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지주회사란 투자보다는 지배를 목적으로 다른 회사의 주식 또는 증권의 과반수를 소유하는 회사를 말한다.

삼성전자가 지주사로 전환될 경우 15개 상장 자회사와 43개의 비상장 자회사 및 자회사로 편입되는 모든 기업들의 경영사항을 공시해야 하기 때문에 경영과 소유 구조의 투명성 확보와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시총 300조원에 육박하는 삼성전자가 사업부문을 분할하면 기관투자자는 펀드 내 동일종목 투자한도부담을 덜 수 있고, 각 부문의 사업가치가 재평가돼 합산 시총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