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부회장 "부정적 영향 존재해 실행 쉽지 않아"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24일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 4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24일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 4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현대경제신문 민경미 기자]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이 난항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은 순환출자 해소, 지배구조의 투명화, 오너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24일 열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와 관련된 밑그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당분간 보류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해 “지주회사 전환 검토 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존재해 지금으로서는 실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모든 검토가 끝나면 그 결과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권 부회장이 언급한 부정적인 영향이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과 연관이 된 것으로 예측된다.

와병중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이 부회장이 지주회사 전환처럼 굵직한 결정에 있어 최종 책임자가 돼야 하는데 현재로선 불가능한 상태다.

또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사실상 선행작업이었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법적 소송 중인 것도 지주회사 전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앞서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양사의 합병을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범인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만일 삼성전자가 무리하게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한다면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에 가뜩이나 부정적인 여론이 악화일로를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정치권에서도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개편에 불리한 방향으로 상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어 삼성전자가 사면초가에 몰린 형국이다.

야권은 기업투명성 제고와 주주권리 확대를 위해 법인의 인적분할 시 자사주의 의결권이 부활하는 것을 막는 상법 개정안 등을 발의했다. 자사주의 의결권 부활은 삼성전자를 삼성전자 홀딩스(지주회사)와 삼성전자 사업회사로 쪼갤 때 삼성전자 홀딩스가 받을 사업회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현행 상법에 따르면 자사주에 대해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회사가 인적분할을 하면 지주회사에 자사주 비율만큼 사업회사 지분이 할당된다. 이때 지주회사에 주어진 사업회사 주식은 자사주가 아니기 때문에 의결권이 살아나고, 지주회사는 돈을 들이지 않고도 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다.

상법 개정안은 3월 임시국회에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됐다. 만일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법 개정 전에 무리하게 추진한다면 ‘법 개정 전 지주회사 전환을 서두른다’는 비판을 감수해야만 한다.

한편, 권 부회장은 이날 주주의 질의에 답하면서 최 씨 지원에 대해 “공익 목적의 지원 기부가 본의와 다르게 사용됐다”면서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불법은 없었다”며 “관행적으로 해왔던 후원 활동의 일환으로 해왔는데 본의 아니게 물의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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