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충당금 적립으로 실적 하락 리스크 부각

 
 

[현대경제신문 안소윤 기자] 국내 시중금리 인상 가능성에 호황을 맞은 은행주가 ‘대우조선 충당금’ 폭탄을 맞으면서 상승랠리에 안개가 꼈다.

23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유동성 위기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에 출자전환 등 추가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열린 ‘대우조선 향후 처리방안 기자 간담회’에서 “대우조선 정상화를 국책은행 부담만으로는 계속 뒷받침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시중은행과 회사채, 기업어음(CP) 보유자 및 근로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손실 부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으로 시중은행들의 부담이 커졌다. 부실채권에 해당하는 ‘고정이하’ 등급으로 분류된 대우조선에 추가 지원을 할 경우 충당금 적립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충당금 추가 적립은 당기순익과 자기자본비율(BIS) 하락으로 이어진다. 시중은행들은 지난 2015년 10월 이후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으로 이미 많은 충당금을 쌓아온 만큼 추가 충당금 발생은 자산 건전성 및 자본 적정성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지목한 시중은행이 부담해야할 대우조선 출자전환 대상은 무담보채권이다. 시중은행들이 보유한 무담보채권 7천억원 가운데 80% 가량인 5천800억원을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5년 만기 연장 후 5년 분활상환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시중은행이 이번 대우조선 정상화 방안에 따를 경우 약 6천400억원 규모의 충당금 추가 적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를 두고 증권업계는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은행주에 단기적 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KB금융과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은행 등 은행주들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 시중금리 상승 가능성이 커지면서 순이자마진(NIM) 확대 기대감으로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오름세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대우조선 관련 위험 노출액이 큰 상황에서 추가 충당금 적립은 실적 하락 불확실성을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애널리스트 분석에 따르면 NH농협, KB국민, KEB하나, 신한, 우리 등 5대 시중은행의 대우조선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2조6천억원 수준에 이른다”며 “대우조선의 유동성 위기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추가 충당금 적립은 실적하락의 리스크를 더욱 키운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시중은행들이 대우조선에 대한 여신을 꾸준히 줄이는 등 미리 충격파를 줄여온 만큼 충당금이 반영된 1분기 이후 실적에 따라 주가 향방이 다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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