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 김영 기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확정 후 중국당국은 관광과 문화산업을 시작으로 한국 기업들에 대한 직·간접적 제재조치를 취하고 있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의 경우 중국 현지 매장의 절반 이상이 영업정지 처분을 당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반면 보험업계의 경우 사드 광풍에서 빗겨나 있는 모양새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첫 논의된 2008년부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혀왔다. 사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고성능 레이더망에 자국의 주요 군사시설이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공식 결정된 뒤로는 관광과 문화 산업 등을 중심으로 한국기업에 대한 직·간접적인 제제 조치를 취했으며 롯데그룹의 사드 부지 제공이 최종 결론나자 관영매체를 동원한 반(反)한·롯데 분위기 조성과 한국제품 불매 운동을 펼치고 있다.

금융권 역시 사드 이슈가 집중 부각된 지난해 중순 이후 그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심심찮게 감지돼 왔다. 한동안 한국 진출에 열을 올리던 중국 금융자본의 움직임이 둔화되며 주요 금융사 인수합병 건 등에 차질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험업계의 경우 아직까지는 사드 이슈에 따른 논란이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는 중국 현지에 진출한 국내 보험업체 수 자체가 많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현지 영업형태 및 업종 특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후폭풍 피해간 보험업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보험업체 가운데 중국에 법인형태로 진출한 곳은 총 5곳이다. 생명보험사 중에서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손해보험사의 경우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이 중국에 진출해 있다. 그리고 현재까지 이들 업체 중 사드 배치에 따른 직접적 피해를 호소하는 곳은 보이지 않고 있다.

사드 배치 결정 및 부지 제공 확정 후 롯데그룹이 중국과 관련된 모든 사업군에 있어 노골적인 제재에 시달리고 있으며 일부 IT산업군으로 사드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되는 모습이다.

보험협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국에 진출한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경우 고객 또한 국내 기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당초 사드 배치로 영향을 받기 힘든 영업구조”라고 말했다.

현대해상 관계자 역시 “우리의 경우 지난해 중국시장 실적이 진출 후 9년 만에 처음 흑자를 기록했다”며 “사드에 따른 영향은 현재까지 전혀 없으며 향후로도 없을 것으로 판단 중이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이 아닌 중국 현지인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생보사들 또한 사드로 인한 영향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한화생명 관계자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선 처음부터 현지 업체와 5:5 지분을 바탕으로 참여해야 한다. 시작부터 절반은 중국 업체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보험 상품 자체가 불매 운동 등을 펼치기 쉬운 공산품과는 다르다. 사드로 인한 영향은 아직까지 전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이 한국 보험업체들에게 요구 중인 높은 C-ROSS 비율 등을 근거로 ‘사드 배치에 따른 불이익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으나, 업계 의견은 또 다르다.

C-ROSS는 보험사지급여력비율(RBC)의 중국 버전인데 이에 대해 한 보험사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높은 C-ROSS 요구는 한국기업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중국에 진출한 모든 외국 기업이 그 대상이다”며 “무엇보다 이 문제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 확정 이전에 거론됐던 것으로 이를 사드와 연결해 생각하긴 쉽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사드 이슈가 장기화 될 경우 보험업체들 역시 그에 따른 피해가 누적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선 업계 의견이 대체적으로 일치한다. 중국 내 반한 감정이 지속될 경우 우리 업체들의 현지 시장 확대 등에 분명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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