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이어 삼성전자도 미국 공장 지을 듯…서병삼 부사장 "검토 중"

▲서병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부사장)이 9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플렉스워시' 세탁기 공개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서병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부사장)이 9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플렉스워시' 세탁기 공개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현대경제신문 민경미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내 공장 건설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병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부사장)은 9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플렉스워시' 세탁기 공개 행사에서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 생산거점을 유연하게 움직이는 게 제조업의 전략”이라며 “중장기 거점 전략에 따라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좀 더 자세한 사항이 결정되면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멕시코의 가전공장 일부를 미국으로 이전하기 위해 미국 내 생산시설 확대를 계획하고 있으며 앨라배마,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5개 주(州)와 이 문제를 협상 중이다.

보도에 따르면 3억 달러(약 3천466억 원)의 초기투자비가 들며, 미국 내 가전 공장을 세움으로써 약 5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이에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공장 설립 후보지를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생산 품목, 투자 규모 등은 정해진 게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LG전자는 미국에 세탁기 생산공장을 신설하기로 하고 지난달 28일 테네시주와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LG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 2억5천만 달러(한화 2천825억원)을 투자해 부지 계약, 생산라인 설계를 마치고 연내 착공할 계획이다. 공장 건설이 완공되는 2019년 상반기 이후 곧바로 생산·판매에 들어갈 방침이다.

업계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서둘러 미국에 공장을 짓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무시할 수 없어서인 것으로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3일 개인 트위터를 통해 삼성전자가 미국 가전공장 설립을 검토한다는 보도를 인용한 뒤, “땡큐 삼성”이라고 답하며 삼성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에서 팔리는 삼성 가전제품은 멕시코에서 생산돼 관세가 없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미국간 국경세를 추진하고 있어 삼성전자가 미국 내 가전공장을 세우지 않고서는 버티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7일에도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이 전국기업경제협회(NABE) 총회 연설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관세 회피를 위해 해외로 생산지를 옮겨 다니고 있다는 이유로 ‘무역 부정행위’ 기업으로 지목하며 날을 세웠다.

이처럼 삼성과 LG가 직접적으로 언급된 것은 미국 가전업체 월풀의 진정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월풀은 2015년 12월 삼성·LG전자가 중국산 세탁기를 미국 시장에 덤핑 판매해 자국 제조산업에 피해를 주고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내용의 진정을 냈다.

이에 미 상무부는 지난 1월 중국에서 만들어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정용 세탁기에 각각 52.5%와 32.1%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내수경기 활성화 정책 때문에 삼성과 LG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들이 당분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탄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