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상대 행정소송 패소 후 항소 안 해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SK케미칼과 SK머티리얼즈, 현대그린파워, 한국타이어 등이 정부와의 온실가스 배출권 소송에서 패한 뒤 항소를 포기했다.

같은 취지의 소송을 낸 기업 대부분이 패하고 법원이 기업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부인하자 승소 가능성을 낮게 본 것으로 분석된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SK케미칼과 SK머티리얼즈, 한국타이어, 현대그린파워, 성동조선해양이 정부를 상대로 낸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처분 취소청구소송은 원고 패소로 지난달 23일 확정됐다.

온실가스 배출권은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국가나 기업별로 할당하는 것을 말한다.

급격한 산업화와 이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로 지구 온난화와 기상 이변 등의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자 전세계 주요 국가들이 참여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IPCC)’에서 이 제도를 도입했다.

배출량을 할당받은 국가·기업은 배정받은 범위 내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해야 하며 배출량이 할당량을 초과할 땐 다른 국가나 기업으로부터 부족분을 구입해 사용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시작했으며 2014년 말 기업별로 배출권 할당량을 통보했다.

업종별로 배출권을 할당받은 곳은 석유화학 84곳과 철강 40곳, 발전·에너지 38곳이며 업체별 할당량은 총 15억9천800KAU(Korean Allowance Unit)이다.

하지만 이번에 상고를 포기한 5개 업체는 정부의 배출량 배정이 절차상 하자가 있고 양도 너무 적다며 이 소송을 냈다.

일례로 SK케미칼과 SK머티리얼즈는 할당량으로 각각 168만KAU와 38만KAU를 신청했으나 실제 배분된 양은 127만KAU와 33만KAU였다.

SK케미칼은 소송에서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배출권거래법)은 ‘주무관청이 할당결정심의위원회의 심의·조정을 거쳐 할당량을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정부는 이를 따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SK케미칼은 또 배출량은 업종별 현재 배출량과 성장전망에 기초해 할당량을 산정해야 하나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SK머티리얼즈는 배출권 할당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임에도 사전에 이를 고지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아울러 일반적인 석유화학업체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방법이나 감축기술이 본질적으로 다르지만 정부가 이에 대한 검토 없이 회사를 석유화학업종으로 분류했다는 식의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법원은 정부의 할당량이 적절하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7부는 “정부는 배출권 할당 통지 이전에 할당결정심의위원회의 심의·조정을 거쳤다”며 “이 사건 배출권 할당은 기업에서 할당량 신청서를 제출해 이뤄진 것으로 정부는 수차례에 걸쳐 설명회와 공청회를 열었기 때문에 기업들이 산정기준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판결이다.

실체적 하자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배출권 거래제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에 목적을 두고 있으므로 개별업체의 배출특성이나 감축여력으로 업종을 구분하면 목적에 맞지 않는다”며 “할당 계획에는 업종별 예상성장률이 반영돼 있다”고 결론내렸다.

역시 실체적 하자가 없다는 판결이다.

이들 기업은 항소를 포기했다.

이들 회사를 포함해 같은 취지로 소송을 낸 기업 43곳 중 35개 기업이나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아 항소해도 1심 판결을 뒤집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들 기업들은 하나같이 명확한 소송 포기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SK케미칼과 SK머티리얼즈 관계자는 “내부 회의를 거쳐 소송 포기 결정을 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1심에서 패한 다른 기업들이 항소를 하지 않아 자사도 항소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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