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순익 1조원 급감…수익 보존 위한 위기의식 고조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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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신문 안소윤 기자] 증권업계가 업황 불황 지속으로 인한 위기의식이 고조되면서 업무영역을 둘러싸고 첨예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 53곳의 순이익은 2조1천338억원으로 전년보다 33.9%(1조930억원) 급감했다. 평균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전년과 비교해 2.7%포인트 떨어진 4.6%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채권 평가이익이 줄어든 데다 증시 침체 장기화로 거래대금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증권사의 주식관련 이익은 3천159억원으로 41.5% 줄었고 채권관련 이익은 3조9천810억원으로 23.6% 감소했다. 파생상품관련 손실은 1조8천439억원으로 손실 폭이 15.2%로 확대됐다.

주식시장 거래대금 감소로 수탁수수료도 8697억원 줄어들었다. 지난해 주식 거래대금이 1940조원으로 전년(2201조원)에 비해 11.9% 줄어든 영향을 받았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전체 수수료 수익도 5.5% 줄어든 7조4912억원에 그쳤다.

수익성에 비상이 걸린 증권업계는 ‘밥그릇 싸움’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최근 은행권과 업무 영역을 두고 날선 대립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현재 은행에서만 이뤄지는 법인 지급결제 업무를, 은행권은 금융투자업에만 허용된 신탁업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각각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먼저 ‘기울어진 운동장론’으로 양쪽 공방의 포문을 열었다.

황 회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차별 대우를 받는 증권사에 공정 경쟁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증권사에 이미 허용된 법인 지급결제 업무를 열어주고 신탁업을 별도로 만들어 은행에 수혜가 가게 해선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하영구 은행협회장은 ‘종합운동장론’을 들고나와 “지금은 전업주의가 아니라 겸업주의가 필요한 때”라고 황 회장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이후 금투협이 반박자료를 통해 “은행연합회 주장의 본질은 은행들이 타업권 본질업무까지 진출해 비효율성을 해결해보겠다는 약탈적 논리”라며 “겸업주의를 네거티브 규제로 혼용해 쓰는 것 역시 부적절하다”고 하 회장의 종합운동장론에 맞서는 등 은행권과 증권업계 간 경쟁양상은 여전히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이밖에 증권업계는 초대형 투자은행(IB)의 부동산 투자 한도 확대 촉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이 초대형IB에 대해 만기 1년 이하 기업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의 최대 30%를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기자본을 4조원까지 불리고도 수익성 확보가 어려웠던 대형증권사들이 해당 방안을 이행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부동산 투자 한도로 10%까지 산정했다. 부동산투자 한도가 10%에서 30%로 확대되면 업무영역 다각화로 업계의 수익성 확보와 더불어 기업금융조달 기회가 보다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업 영업환경이 점차 어려워지면서 증권업계가 느끼는 위기의식이 업무영역 확보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단순한 ‘밥그릇 싸움’ 보다는 국내 금융산업 역량을 높이고 수익성 확대를 위한 생존전략으로 비춰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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