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소기업에 자금·기술지원 해줘야”

 
 

[현대경제신문 민경미 기자] 최태웅 경성오토비스 대표(사진)는 ‘유통 왕’으로 불리던 유통 전문가 출신이다. 삼성 대리점에 있을 때 전국 매출 1위로 전국 대상을 두 번 수상했고, 최우수상은 10번 넘게 받았다.

‘경성오토비스라는 이름에 대한 특별한 사연이 있느냐’고 묻자 최 대표는 16일 “1983년에 삼성전자 대리점을 운영하면서, 본사에서 신문에 전국 대리점 광고를 가나다 순으로 내준 적이 있다. 제일 앞에 내고 싶어서 ‘경성’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됐다”고 답했다.

삼성전자 대리점을 25년간 운영했고, SK와도 연을 맺었던 그가 유통을 접고 제조업에 뛰어든 것은 오로지 ‘나만의 제품’을 갖고 싶었던 소망 때문이었다고 한다.

최 대표는 “유통은 남의 제품을 파는 것인데 나만의 제품을 하나 갖는 것이 오랜 소원이었다”며 “창업을 하겠다고 하니 주변에서 만류를 많이 했지만 물걸레 청소기 사업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깔끔한 성격이라 청소를 자주 했던 그는 물걸레가 힘들어서 자주 안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물걸레 청소기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최 대표는 “사람이 생활하는 집이나 사무실, 사업장 등은 청결한 게 좋다”면서 “청결하게 살기 위해선 청소기라는 도구가 필요한데 청소를 쉽게 할 수 있다면 인류가 생존하는 한 영원히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의 소리를 듣기 위해 주말에 직접 배송과 AS를 했다는 그는 “힘들게 만든 제품을 고객이 사용해준다는 게 너무 고마웠다. 고객들이 자동물걸레청소기를 ‘노벨상’ 감이라고 치켜세워줄 때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태웅 경성오토비스 대표가 23일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자동물걸레청소기를 시연하고 있다.<사진=오피피엘>
최태웅 경성오토비스 대표가 23일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자동물걸레청소기를 시연하고 있다.<사진=오피피엘>

경성오토비스 물걸레 청소기는 밑면에 구동판이 달려 있어서 1분당 1천200회 정도 자동 왕복해 깨끗하게 청소가 되면서도 힘이 들지 않는 장점을 지녔다.

2009년 말 본격적으로 자동물걸레 사업에 뛰어든 그는 힘들어서 후회를 한 적도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대기업이라는 ‘우산’ 아래 있을 땐 브랜드 홍보, 마케팅, 마트 판촉활동, 카달로그 등 거의 모든 것을 다 해줬는데 창업을 하고보니 그 모든 것을 혼자서 다 알아서해야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우리나라 중소제조업체의 현실이 녹록치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업한지 8년째 접어들었다. 신제품을 홍보하려면 제품 생산, 마케팅, 개발, 홍보를 다 해야 한다”며 “개발이 생각처럼 빨리 빨리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돈도 많이 들어가고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최 대표는 ‘유통과 제조업 중 어느 것이 더 어렵냐’는 질문에 “제조하는 업체가 부도가 난다면 이해가 되지만 유통하는 업체가 부도를 내는 것은 의도적인 것 같다”면서 “제조는 설비 투자에 돈이 많이 들어가고 재고가 많으면 망할 수밖에 없지만 유통은 남이 만든 것을 파는 것이다. 부도를 낼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 대표는 중소기업이 처한 어려운 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며 대안도 제시했다.

그는 “중소기업이 좋은 제품을 만들고 세계 시장을 진출하는 것이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정부가 나서서 중소제조업체를 도와줘야 한다”며 “(정부가) 자금지원과 기술지원을 원활하게 해줘야 하고, 해외 판로 개척도 알려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중소기업진흥공단, 중소기업청, KOTRA, 신용보증기금 등에서 추진하고 있는 중소기업 지원에 대해 홍보 부족 등으로 정작 중소기업들이 잘 알지 못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 대표는 “심사를 하는 기관들이 업체 선정을 할 때 상품을 잘 살펴봐야 하고, 안 되는 기업을 계속 지원하는 것은 효과가 없기 때문에 시장성이 있는지도 판단해야 한다”며 “제조는 할 수 있는데 좋은 상품이 없는 회사는 상품 개발 지원을 해주고, 제품이 좋은데 마케팅이나 기획을 잘 못하면 그 부분을 도와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2015년, 2016년에 사업이 굉장히 어려웠다. 그때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대출을 받아 현재의 발편이 됐다”고 회상한 뒤, “(중소기업이) 일에 쫒기다 보면 (정부 단체의 지원을 받는 것이) 엄청 복잡하기 때문에 선뜻 다가가기엔 벽이 너무 높다”며 “진입 장벽을 좀 낮췄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경성오토비스는 2014년 홈쇼핑에 자동물걸레청소기를 본격적으로 런칭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많이 알려졌다. 하지만 가격을 많이 낮췄기에 순이익은 떨어졌다.

그는 올해부터 원가를 줄이고 성능을 개선시킨 제품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노리겠다는 각오다.

오는 2월 미국에 700개 정도 수출하는데 이를 발판으로 삼아 미국 시장을 점령하고, 현재 소량 수출을 하고 있는 대만 시장을 더욱 확장하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최 대표는 “호주와 캐나다에서도 노크를 하고 있다. 서양의 카페트 문화가 진드기나 먼지가 많아서 우리나라처럼 대리석이나 원목마루로 바꾸고 있다”며 “올해 매출액의 절반을 해외 시장에서 올리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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