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ST 연구원이 신약 개발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동아ST>
동아ST 연구원이 신약 개발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동아ST>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편집자주] 이경호 한국제약협회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매화는 추위의 고통을 이겨낸다’는 뜻의 매경한고(梅經寒苦)를 키워드로 제시했다. 한미약품과 유한양행, 녹십자 등의 기술수출이 무산되며 국민들에게 안긴 실망을 극복하고 기회를 찾아야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올해 제약업계 화두는 리베이트 방지와 제네릭(복제약) 경쟁, 기술수출 공시 강화, 오너 3~4세의 약진 등이 될 전망이다. 우선 리베이트의 경우 지난해 9월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과 리베이트 방지 3법의 영향으로 영업활동 변화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또 대형 의약품의 특허가 올해 만료되면서 제약사들의 제네릭 출시 경쟁과 공시 규정 강화와 제약업계 오너 3~4세의 약진도 예상된다.

리베이트 규제 강화로 영업활동 차질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김영란법과 지난해 연말 국회를 통과한 리베이트 방지 3법으로 올해 제약업계는 영업 활동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일동제약과 대웅제약, 한미약품 등 주요 제약사들은 개별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하거나 세미나 등을 열며 직원 단속에 나선 상태다.

특히 대형병원 영업이 큰 차질을 빚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영란법이 국·공립 대학병원과 사립대학 병원 직원들을 공무원과 교직원에 준해 적용하고 있는 탓이다.

이에 많은 수의 대학병원 의사들이 영업사원 접촉 자체를 피하고 있으며 일부 병원은 제약사 직원의 출입 자체를 막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1일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리베이트 방지 3법은 리베이트를 받은 의료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다고 있다.

이들 3법은 각각 리베이트를 받거나 제공한 의료인과 약사, 의료기기 공급자에 대한 처벌을 종전 징역 2년 이하에서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경찰과 검찰이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사·약사를 긴급체포 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3년 이상 징역에 해당하는 법 위반일 경우 긴급체포를 허용하고 있다.

로비 의혹 수사 확대 가능성에 긴장

검찰이 대형 병원과 보건당국에 로비를 한 제약사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면서 처벌을 받는 업체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는 지난 3일 LG화학 생명과학본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동부지청 수사관들은 의약품 거래내용이 담긴 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회계자료 등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앞선 지난 2일과 지난해 12월 29일에는 각각 휴온스와 건강심사평가원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검찰은 제약회사와 대형 병원 간에 뒷돈을 주고받은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약값 문제로 건강심사평가원에 금품 로비를 한 단서를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한 제약사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의료법 위반 등)로 부산 모 병원장은 구속기소했다.

이 병원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특정 제약사의 의약품 거래를 유지하고 처방 건수를 높이는 대가로 지난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1억2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검찰 수사 확대 여부에 긴장하는 상황이다. 압수수색을 받은 제약사들의 특성이 다르고 수사 대상인 건강심사평가원 직원이 제약사에 오랜 기간 근무한 경험이 있는 탓이다.

특히 검찰의 수사 방향이 약가와 관련된 것이라면 수사방향을 예측하기조차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대형 의약품 특허만료…제네릭 경쟁

대형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돼 제네릭 출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올해 물질특허가 만료되는 전문의약품 중 매출 규모가 큰 상위 3개 의약품은 골다공증치료제인 ‘에비스타’와 과민성방광염 치료제인 ‘베시케어정’, 만성B형 간염치료제인 ‘비리어드정’이다.

이중 특허가 가장 먼저 만료되는 것은 에비스타다. 에비스타는 한국다케다제약의 골다공증 치료제로 물질특허가 오는 3월 만료된다.

에비스타는 연매출 150억원 가량으로 골다공증 치료제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제품이다. 지난해도 3분기 누적 1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한미약품이 에비스타의 결정형특허에 대한 소송에서 이겨 경쟁에서 앞선 상태다.

베시케어정의 물질특허는 오는 7월 만료된다. 베시케어정은 아스텔라스제약이 판매하는 과민성 방광 치료제로 연매출 200억원대다. 500억원 규모인 국내 과민성 방광 치료제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코아팜바이오는 베시케어정의 물질특허 회피에 도전해 지난해 9월 승리의 축배를 들었다.

비리어드정의 특허는 오는 11월 끝난다. 길리어드사이언스가 개발한 만성B형 간염치료제인 비리어드정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천125억원을 기록한 초대형 품목이다.

바라크루드를 제치고 올해 전문의약품 매출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이 막대한 만큼 제네릭 경쟁도 치열하다.

비리어드정을 대상으로 특허 회피나 무력화를 시도한 곳은 10여곳에 이른다.

오너 3~4세 경영능력 시험대

올해는 또 오너 3~4세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동아쏘시오그룹은 지난 2일 강신호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고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강정석 회장은 1964년생으로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약학을 전공, 1989년 동아제약에 입사해 경영관리팀장, 메디컬사업본부장, 동아오츠카 사장, 동아제약 부사장, 동아쏘시오홀딩스 사장·부회장 등을 거쳤다.

국제약품도 창업주인 고(故) 남상옥 선대회장의 손자이자 남영우 명예회장의 장남인 남태훈 사장이 올해부터 회사를 이끈다.

남태훈 사장은 1980년생으로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 보스턴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국제약품 계열사인 효림산업에서 관리본부 인턴사원으로 근무하다 2009년 국제약품에 입사했다.

이후 마케팅부 과장과 영업관리실 이사대우, 부사장을 거쳐 올해 사장으로 취임했다.

한승수 제일약품 회장의 장남인 한상철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분사된 제일헬스사이언스의 초대 대표에 선임됐다. 한승수 부사장은 1976년생으로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김정균 보령제약 전략기획실 이사는 올해 지주사인 보령홀딩스 상무로 승진했다. 김정균 상무는 1985년생으로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의 아들이다. 지난 2013년 보령제약에 입사해 2014년 이사로 승진하며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공시 규정 강화…한미약품 사태 방지

지난해 주식시장에 큰 파장을 낳은 한미약품 악재 공시 사건을 막지하기 위해 공시 규정이 보다 깐깐하게 바뀐다.

그동안 기술 도입이나 기술 이전, 특허권 등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는 자율 공시 대상이었으나 이제는 의무 공시 대상이 됐다.

또 정정공시가 필요한 경우 정정 사유가 발생한 당일 바로 공시하도록 시한이 단축된다.

이에 거래소는 지난해 말 상장 제약사들에게 공문을 보내 공시 강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 공문에는 계약서상에 명시된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구조와 계약해지 시 반환금 등에 대한 설명을 강화하라는 요구가 담겼다.

이 같은 주문은 한미약품 사태로 인한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9월 30일 오전 9시 29분 독일제약사인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8천500억원 규모의 올무티닙 기술 수출 계약을 해지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하루 앞선 29일 오후 7시 6분 전달받은 내용이었다. 특히 한미약품은 호재인 1조원대 항암제 기술을 수출 공시는 바로 그날 올리면서도 이 같은 악재는 하루 뒤 공개해 결과적으로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로 인해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은 직접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개를 숙였으며 소액주주 200여명으로부터 손해배상청구소송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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