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입김에 벗어난 은행·시달린 노동자

[현대경제신문 강준호 기자] [편집자주] 올해 국내 은행권은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나기도 하고 입김으로 노동자들과 극한의 대치를 벌인 한 해였다.
우리은행이 15년 8개월 만에 시장의 품으로 돌아가면서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났지만 정부의 입김으로 금융공공기관에 이어 시중은행까지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되면서 노동자에게 시름을 안겼다.
또 은행권에 핀테크 시대가 열렸고 인터넷은행이 본인가를 받으며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으며 국민 재산 증식을 위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출시되며 은행들은 고객 모시기에 열을 올렸다.
현대경제신문은 다사다난했던 병신년(丙申年) 은행업계를 5대 뉴스로 정리해 봤다.

윤창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장(왼쪽)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적자금관리위원회 회의를 열어 우리은행 과점주주 매각 낙찰자 7곳을 의결하고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윤창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장(왼쪽)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적자금관리위원회 회의를 열어 우리은행 과점주주 매각 낙찰자 7곳을 의결하고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우리은행 16년만에 민영화 성공

우리은행이 4전5기 끝에 민영화에 성공했다. 15년 8개월만에 정부의 품을 벗어나 시장의 품으로 돌아간 것이다.

금융당국은 4차례 시도에서 고집했던 경영권 매각 방식에서 벗어나 성사 가능성이 높은 과점주주 매각 방식 카드를 들고 5번째 민영화를 시도해 우리은행의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난달 13일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51.1% 중 29.7%를 동양생명, 미래에셋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IMM 프라이빗 에쿼티(PE) 등 7개 투자자에게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낙찰자 가운데 동양생명,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IMM PE 등 5곳은는 사외이사 추천까지 얻으며 우리은행 경영에도 적극 참여하게 됐다.

이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는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한국투자증권), 박상용 연세대 교수(키움증권), 노성태 전 한화생명 경제연구원장(한화생명), 톈즈핑 푸푸다오허 투자관리유한공사 부총경리(동양생명), 장우동 IMM인베스트먼트 사장(IMM PE) 등으로 오는 30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공식 임명된다.

이후 내년 1월경 이사회를 열어 새로운 이사회 의장이 선출하고 3월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시중은행까지 성과연봉제 도입 결정

병신년 최대 화두는 단연 성과연봉제다. 금융위원회가 금융공공기관에 이어 시중은행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은행들도 노사 합의 없이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하면서 노동자들과 마찰을 빚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5월 10일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자산관리공사, 예탁결제원 등 9개 금융공공기관장 간담회에서 금융공공기관이 고임금 구조라며 성과연봉제 조기 시행을 언급했다.

같은달 30일 수출입은행이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하는 것을 끝으로 9개 금융공공기관 모두 성과연봉제 도입을 마무리했다.

이에 금융노동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지난 9월 23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전국의 7만5천여 금융노동자들이 모인 가운데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하는 총파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연봉세 반대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임종룡 위원장은 지난 12일 시중은행에 성과연봉제 도입 의결을 압박했고 신한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7개 민간은행은 각각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다.

금융노조는 임종룡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투쟁수위를 높이고 있다.

신한은행이 8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S20 홍대입구 스마트브랜치'를 오픈했다. 사진은 S20 홍대입구 스마트브랜치에서 대학생 고객이 태블릿을 통해 신한은행의 모바일 전문은행인 써니뱅크(SunnyBank)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 <사진=신한은행>
신한은행이 8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S20 홍대입구 스마트브랜치'를 오픈했다. 사진은 S20 홍대입구 스마트브랜치에서 대학생 고객이 태블릿을 통해 신한은행의 모바일 전문은행인 써니뱅크(SunnyBank)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 <사진=신한은행>

내손안에 은행…핀테크·인터넷은행

올해는 내 손안에서 금융업무를 해결할 수 있는 핀테크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핀테크핀테크(FinTech)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금융과 IT의 융합을 통한 금융서비스완 산업의 변화를 말한다.

금융은 단순한 공인인증서 방식에서 벗어나 IT기술과 접목해 홍채, 손바닥 정맥, 화상 통화 등 다양한 본인인증 방식을 선보이며 편의성과 보안성을 높였다.

여기에 은행창구 방문 없이 모바일뱅킹을 통해 간단한 본인인증만으로 계좌개설은 물론 대출까지 가능해졌다.

아울러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맞춤 상품 추천, 투자 제안, 전문가 상담 등 고객이 필요할 때 언제, 어디서나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은행들의 핀테크 바람에는 인터넷은행이 한 몫했다. 지난해 11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받은데 이어 지난 14일 케이뱅크가 인터넷은행 본인가를 받아 이르면 내년 1월말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간다. 이는 24년만의 은행 신설인가이다.

인터넷은행 출범으로 신용등급 4~7등급의 중신용자들의 이자 부담이 연간 2조원 가량 경감될 전망이다.

은행권의 비대면채널 활성화로 금융노동자들의 일자리는 위협받고 있다. 3년 사이 은행원은 약 3천332명이 줄었으며 올해 역시 신규 채용 규모도 전년 대비 1천명 가량 줄었다.

또 같은 기간 지점은 약 349개가 통폐합됐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2천500여대가 사라졌다.

국민 재산 증식 ISA 도입…반짝 인기

저금리 시대 개인의 종합자산관리를 통해 국민의 재산형성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지난 3월 14일 출시됐다. ISA는 예금과 적금, 펀드, 파생결합상품 등을 한꺼번에 담아 관리하면서 세제 절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으로 출시와 함께 소비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ISA에 가입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그 결과 출시 첫날에만 총 32만2천990명이 1천95억원을 가입한데 이어 17일만인 같은달 30일 총 102만7천633계좌, 가입금액 5천881억8천만원으로 가입자 100만명을 넘어섰다. 출시 7개월만인 지난 10월 19일 가입금액 3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ISA는 국민의 재산형성을 돕겠다는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돼 논란을 빚었다. 세제 혜택이 금융기관 수수료로 지불되는 상품구조로 실질적인 혜택이 없다는 지적이다.

또 도입되는 과정에서 정책당국의 미숙함으로 혼란이 초래됐을 뿐만 아니라 150만계좌 이상이 실적을 위한 깡통계좌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상품에 대한 신뢰성이 무너졌고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계좌통합관리서비스 계통도. <자료=금융위원회>
계좌통합관리서비스 계통도. <자료=금융위원회>

인터넷으로 내 계좌 한눈에 조회·정리

인터넷으로 자신의 모든 계좌를 조회하고 잔고까지 옮길 수 있는 계좌통합관리서비스가 지난 8일 시행됐다.

계좌통합관리서비스는 본인의 모든 은행계좌를 일괄 조회하고 소액 비활동성 계좌를 간편하게 잔고이전, 해지할 수 있다.

지난해말 기준 국내은행의 개인계좌수는 총 2억3천만개이며 잔액은 609조원이다. 이 가운데 1년 이상 입출금거래가 없는 비활동성 계좌는 1억300만개이며 잔액은 14조4천억원에 이른다. 이는 소비자가 계좌의 존재를 잊고 있거나 잔액을 회수·해지하기 위해 은행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이다.

이 서비스 시행으로 국내 16개 은행을 거래하는 개인 고객은 인터넷에서 본인의 모든 은행 계좌를 한 눈에 조회하고 이 중 소액 비활동성 계좌는 본인의 수시입출금식 계좌로 잔고이전한 후 해지할 수 있다.

조회서비스에서는 소비자가 본인 명의 계좌수를 은행별, 활동성·비활동성별, 상품유형별로 구분해 한 눈에 조회할 수 있다.

소비자는 은행별 계좌내역 조회를 통해 확인한 소액 비활동성 계좌에 대해서는 잔고이전·해지를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계좌 비밀번호 입력없이 공인인증서 인증만으로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다.

잔고이전 시 계좌 잔액은 본인 명의 수시입출금식 계좌에 잔고이전 또는 서민금융진흥원에 기부할 수 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