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기획/ 고연희, 이경구, 이숙인, 홍양희 지음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1551년 신사임당이 마흔여덟 살에 세상을 떠난 뒤 그녀에게는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

산수와 포도그림을 잘 그렸던 신사임당에게 당대 권력자들은 새로운 이미지들이 하나씩 덧붙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신사임당의 이미지를 우리는 진짜라고 믿어왔다. 대체 신사임당은 누구인가?

그동안 부분적으로 조명되었던 신사임당의 모습을 총체적으로 조명하기 위해 5명의 전문 연구자들이 모였다.

한국미술사와 한문학을 전공한 고연희는 예술가로서 신사임당을, 조선시대 사상사를 전공한 이경구는 송시열이 원했던 신사임당의 이미지를, 신사임당의 담론을 연구해온 동양철학 전공의 이숙인은 율곡의 어머니이자 교육자로 추앙 받게 된 신사임당을, 식민지 가족사와 여성사를 전공한 홍양희는 현모양처 신사임당의 이미지를, 신여성담론을 연구한 김수진은 국가 영웅이 된 신사임당에 주목하였다.

박정희 체제는 독재 체제를 옹호하기 위한 민족주의적 영웅화 작업을 진행하며 국난 극복의 상징이 될 역사 인물을 소환한다.

신사임당은 국가 영웅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성으로 자리매김한다. 김활란을 필두로 일부 여성계에서는 사임당을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고, 사회에 봉사한 일종의 초여인이자 슈퍼우먼의 모델로 간주한다.

당시 김활란은 가정에 있는 여성도 직업부인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 아래 현모양처의 이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신사임당은 가정과 사회를 넘나들며 근대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초여성의 모범으로 자리매김했다.

신사임당의 만들어진 이미지에 관한 논란은 2009년에도 뜨거웠다. 오만 원 권 지폐 도안의 모델로 신사임당이 거론되며 여성계가 반발했다.

당시 여성계는 신사임당이 성역할 분담을 정당화하고 공고하게 만드는 현모양처의 상징으로 소비되어 왔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반대를 했다.

이렇듯 17세기부터 시작된 신사임당의 신화는 500여 년을 이어져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하지만 그 사이 만들어진 신사임당 이미지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진실로 자리 잡았다.

역사가 전하는 많은 사건과 인물 역시 신사임당과 비슷하게 만들어진 이미지를 진실이라 믿어왔던 것은 아닐까.

2017년에는 이영애가 주인공을 맡은 드라마 ‘사임당-빛의 일기’가 방영 예정이어서 다시 한번 신사임당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연 신사임당의 만들어진 이미지는 앞으로 어떻게 또 변해갈까. 여진히 진행중인 신사임당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더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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