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상/ 베른하르트 케겔 지음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박테리아’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끔찍한 질병을 떠올릴 것이다.

물론 이렇게 느낄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그동안 페스트, 장티푸스, 콜레라, 디프테리아, 매독, 결핵 등을 일으키는 박테리아와 치열하게 싸워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페니실린, 인슐린을 비롯한 각종 백신들을 개발한 뒤에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됐다.

나아가 박테리아를 박멸하기 위해 병원에서 사용하는 소독제로 집안을 청소하고, 염소로 채소를 씻어냈다.

그러자 곧 새로운 질병들이 생겨나 우리를 괴롭히기 시작했는데, 이런 신종 질병은 기존의 질병보다 파악하거나 다루기가 훨씬 더 어려웠다.

여기에는 비만, 당뇨병, 천식, 각종 알레르기, 아토피성 습진, 자폐증 등이 포함된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이 책은 박테리아의 다양한 모습을 담는 데 주력한 책이다. 인간의 장내 박테리아를 예로 들어보자.

숙주가 섭취한 음식물의 소화를 돕거나 병원균과 기생충으로부터 숙주를 보호하는 착한 박테리아가 있는 반면, 독소를 분비하여 염증, 질환, 우울증 등을 일으켜서 숙주가 자신이 원하는 음식물을 섭취하도록 유도하거나 비만을 조장하는 나쁜 박테리아도 있다.

그렇다면 착한 박테리아와 나쁜 박테리아를 선택할 권한이 우리에게 있을까? 혹은 그저 운명에 자신을 맡길 수밖에 없는 걸까? 이에 대해 한마디로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숙주에 따라 박테리아의 영향력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적어도 다양한 방식으로 착한 박테리아를 가질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최근의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박테리아의 면모는 실로 놀랍다. 과학자들은 카리브 해에 사는 해양생물의 몸에서 발견한 물질로 에이즈 치료에 사용되는 항바이러스성 아지도티미딘을 개발했다.

이 물질은 해면동물 내부에 사는 박테리아가 만든 것이었다. 또한 모기의 세포 속에 침투해 사는 월바키아 박테리아가 뎅기열 바이러스의 전염성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브라질과 호주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는 독성이 강하고 환경에 해로운 살충제나 유전공학적 방법과는 다른 해법으로, 생물학적 통제를 위한 새로운 길을 제시한 셈이다.

2016년에는 월바키아 박테리아가 지카바이러스의 수를 줄이고 전염력을 없앤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중요한 공생 파트너인 박테리아의 진정한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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