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타격·정운호 게이트 등 굵직한 이슈 많아

[현대경제신문 민경미 기자]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2016년이 저물고 있다. 특히 올해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정치적 리스크로 인해 경제계 전반이 힘든 한해였다. 특히 뷰티업계는 사드 배치 논란으로 인해 그 어느 해보다도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올 한 해 있었던 일 중 특히 세간에 화제를 불러 모았던 5가지 이슈를 뽑아봤다.

1. 사드 배치 여부로 인한 타격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가 결정된 지난 7월 이후 중국에서 혐한 기류가 조성됐다.

한류 바람을 타고 중국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치솟던 국내 화장품은 품질로 인정받으며 중국 시장에 안착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중금속 기준 상향 조정 등 사드로 인한 사실상 보복이 시행되면서 뷰티 업계가 타격을 입고 있다. 혐한 기류는 대중국 수출에 상당 부분 의지하고 있는 뷰티업계를 긴장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실제로 뷰티업계의 수출은 중국·홍콩·대만 등 중화권에 70% 가까이 편중돼 있다.

취임을 한 달 앞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내년 5월 사드 배치를 강행할 것을 밝혀 앞으로 중국의 보복 조치는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돼 뷰티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19일 “최근 우리나라의 정치적 리스크로 인해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방안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면서 “대중무역에 치우쳤던 화장품 업계도 동남아시아, 아랍권, 유럽, 북미 시장을 공략하는 등 대중국 수출 일변도의 구조를 개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 뷰티업계 상장 '이름뿐'…클리오, 비싼 공모가 논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건 없었다. 클리오는 지난 달 상장을 앞두고 비싼 공모가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몇 달 동안 화장품주가 약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클리오는 공모가를 터무니없이 높게 불렀다.

상장된 첫 날인 지난 9일 코스닥 시장에서 클리오는 공모가 4만1000원 보다 하락한 3만6800원에 마감했다. 클리오는 19일 오전 3만3천1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클리오가 급격히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화장품 업체를 비교하면서 공모가를 불렀어야 했는데 지나치게 높게 불렀다”면서 “화장품 업계는 기초라인이 주된 수입원이기 때문에 화기초라인이 탄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클리오는 색조전문 업체긴 하지만 색조만으로는 약하다”면서 “향후 거품이 빠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내 상장을 노렸던 한불화장품의 계획이 내년으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불화장품은 지난해 매출 3천254억원, 영업이익은 1천232억원을 찍어 시장 평가가 더 높아졌다. 하지만 자회사인 잇츠스킨이 사드배치 등 정치적 리스크로 주춤하면서 올해 상장은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한불화장품은 중국 현지 생산시설을 내년에 완공시킨다. 현지에서 생산되는 달팽이 크림이 위생허가 없이도 판매되기 때문에 내년도 실적이 한층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업계는 한불화장품의 상장을 내년 하반기로 점치고 있다.

3.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1조’ 달성…‘뒷전’이었던 ‘안전’에도 눈길

강병영 아모레퍼시픽 아시안뷰티 연구소장이 지난 5일 열린 무역의 날에서 ‘2억 달러 수출의 탑’ 수상을 하고 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강병영 아모레퍼시픽 아시안뷰티 연구소장이 지난 5일 열린 무역의 날에서 ‘2억 달러 수출의 탑’ 수상을 하고 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의 자연주의 브랜드인 이니스프리가 올해 국내외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이니스프리의 매출 1조원 달성은 지난 10월말까지의 국내외판매 기준이다. 올 연말에는 순수한 국내매출만으로 무난하게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LG생활건강도 대표 브랜드 ‘더 히스토리 오브 후’가 올해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후’는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에 이어 국내 화장품 단일 브랜드로 연 매출 1조원을 이뤘다.

1조원 클럽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가습기 살균제 사고와 치약 리콜 사태를 각각 겪고 난 뒤 ‘안전’이라는 키워드에 더욱 무게를 두게 됐다. 양사는 매출 상승에만 신경 쓰느라 소비자들의 안전이 ‘뒷전’이었다는 것을 반성하는 차원에서 품질 관리 부서를 신설하고 강화했다.

4. 동남아시아·미주·유럽·아랍권 등 글로벌 시장 확대

최근 네이처리퍼블릭의 미국 유니언스퀘어점에서 현지 고객들이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네이처리퍼블릭>
최근 네이처리퍼블릭의 미국 유니언스퀘어점에서 현지 고객들이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네이처리퍼블릭>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15년 화장품산업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화장품 세계 1위가 미국, 2위가 중국, 3위가 일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뷰티업계의 수출은 대중 일변도였으나 올해 들어 동남아시아, 미주나 유럽권, 아랍권 등으로 확산되는 속도가 빨라졌다. 특히 베트남은 제2의 중국으로 떠오를 정도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對) 베트남 수출은 올해 10월까지 264억달러다. 지난해 12월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한 이후 FTA 발효 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증가했다.

더페이스샵은 2005년 진출한 베트남에서 59개 매장, 태국에서 50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또한 이슬람 국가에서도 라마단 세트 제작 및 라마단을 위한 매장 전시물을 제작하는 등 국가 특성에 맞는 프로모션 활동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더페이스샵의 2015년 동남아시아 시장매출은 약 810억원, 2014년은 약 700억원을 기록했다.

중동시장에서는 더페이스샵이 지난 2006년 요르단, 2007년 아랍에미리트에 진출해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아르메니아에까지 약 5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15년 중동시장에서만 매출 약 13백만 달러를 달성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13년 1월 1호점을 시작해 2016년까지 25개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더페이스샵은 올해 카타르와 쿠웨이트, 바레인 등 주변 국가까지 시장을 확대하고 북아프리카 및 유럽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되는 터키 등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일본 최대의 유통업체인 AEON RETAIL과의 독점 유통을 통해 전국 약 47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1990년대 초부터 글로벌 브랜드 전략을 추구하며 중국과 프랑스에 공장을 설립, 현지 생산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 아시아, 미국, 프랑스를 3대 축으로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2003년 싱가포르 중심 상권 고급 백화점에 진출한 라네즈는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미국,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마카오,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미얀마, 태국, 필리핀, 베트남, 카자흐스탄, 캐나다, 러시아 등 15개국에 160여개 단독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최우선 목표로 공략하고 있으며, 신규 시장 확대를 통해 저변을 넓히고 있다.

5.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나비효과

올해 최고의 화두는 ‘최순실’이라는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정운호 네이처리처블릭 대표는 마카오 ‘정킷방’에서 100억원대 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돼 2015년 말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단순한 개인의 비리로 치부할 수도 있었던 일이었지만 2016년 4월 정 대표가 선임한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의 수임료가 착수금 20억, 성공보수 30억원이라는 세간에 알려지면서 ‘전관로비’ 의혹이 제기됐다.

정운호 전관로비는 곧 ‘진경준 게이트’를 촉발시켰다. 진경준 검사장은 2016년 3월 156억여원으로 재산을 신고했지만, 그 재산 중 120억원 가량이 넥슨 김정주 회장으로부터 무상으로 받은 주식의 시세차익으로 축재된 것으로 드러나 뇌물수수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 소유의 1300억대 강남 부동산을 넥슨이 손해를 보며 웃돈을 주고 사줬다 사실이 폭로됐다. 이 과정에 진 검사장이 다리를 놨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우 수석이 진경준 전 검사장의 ‘주식 대박’의혹을 눈감아줬다는 논란이 일고, 홍만표 변호사와 함께 정운호 대표를 변론한 뒤 수임료를 챙겼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여기에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이 문화재단 미르에 500억원을 모금할 수 있게 지원했다는 사실이 폭로 되면서 결국 최순실이라는 거대한 몸통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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