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관계자 "특검 수사 결과 반영 위해 소송 늦어질 것"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된 소송이 특검 수사로 줄줄이 연기될 전망이다.
합병과 관련해 제기된 소송은 삼성물산의 주주인 일성신약이 모두 낸 것으로 합병 자체를 백지화시켜달라는 합병무효소송과 주식매수가격을 올려달라는 주식매수가액 결정소송,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세 건이다.
이 중 합병무효소송은 당초 오는 15일 1심 판결이 나올 예정이었으나 연기됐다.
이들 소송에 정통한 법조계 관계자는 “특검 수사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 소송이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8일 말했다.
현재의 삼성물산은 건설·상사사업을 하던 옛 삼성물산과 리조트·외식·패션사업을 하던 제일모직이 지난해 9월 합병해 새롭게 출범한 회사다.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지난해 5월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으며 7월 주주총회를 거쳐 한 식구가 됐다.
하지만 삼성물산의 주주인 일성신약은 합병 반대 의사를 표시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가장 먼저 낸 소송은 주식매수가액 결정소송이다. 일성신약은 삼성이 반대매수가격으로 제기한 5만7천234원이 너무 낮다며 이 소송을 냈다.
1심에서는 삼성이 제시한 매수가격이 적절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삼성물산이 증시에서 평균주가를 기준으로 주식매수청구가격을 정한 만큼 주주들에 불리하다고 볼 수 없다”며 “삼성이 제시한 주식매수청구가격은 적정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2심에서는 삼성의 제시금액이 낮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민사35부는 “주식매수가격을 결정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식의 가치가 합병 등에 의해 영향을 받기 전의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합병 결의 당시 삼성물산의 시장주가가 회사의 객관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재판부는 합병설 자체가 나오기 전인 2014년 12월18일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산출한 6만6천602원을 매수가격으로 제시했다.
현재 이 소송은 상고돼 대법원 민사1부가 심리 중이다.
두 번째로 나온 소송은 합병무효소송이다.
일성신약은 삼성이 사업적 목적이 아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합병을 추진했고 주식매수가격이 너무 낮다며 이 소송을 냈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지난 10월 31일 열린 심리에 증인으로 출석해 “처음 (합병 논의) 시작은 서로 회사의 시너지와 성장을 위한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 경영권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이트이펙트(side effect·부작용)로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소송은 당초 오는 15일 1심 판결이 나올 예정이었으나 변론이 재개됐다. 다음 변론은 내년 3월 20일 열린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한 배경에 대해 최순실 게이트 특검의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라 재판부가 수사 결과를 보기 위해 변론을 재개했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 소송인 국민연금을 상대로 한 손배소송도 특검 수사 결과 발표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일성신약은 옛 삼성물산 지분 11.61%를 갖고 있던 국민연금이 “삼성으로부터 합병 관련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가를 조작했다”며 지난달 이 소송을 냈다.
삼성물산 합병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전문위원회를 경유하지 않고 직접 찬성표를 던졌다.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의 의결권 자문사들이 모두 합병 반대를 권고했지만 독자적으로 찬성표를 낸 것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SK C&C와 SK의 합병 안건을 판단이 곤란한 중대 안건으로 분류, 의결권전문위에 넘겼으며 반대 의견이 나오자 그대로 의결권을 행사한 바 있다.
윤석근 일성신약 대표는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에 참고인으로 나와 “삼성 측에서 ‘국민연금은 합병에 찬성하기로 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