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석 기자가 들려주는 부동산 상식 (6)

Q.
 ○○동에서 태어나 같은 곳에서 계속 살아온 토박이입니다. 30년 간 평온하게 살아왔습니다만, 최근 저희 가정의 주거 생활을 망쳐버린 사건이 하나 터졌습니다. 저희 집 옆에 영안실이 생겨버린 것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종합병원이 생긴다기에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 많은 종합병원들이 부속 시설로 ‘영안실’을 둔다는 걸 알게 된 건, 저희 집 바로 옆에 종합병원 영안실 출입구가 생긴 후였습니다.


그 이후 저희 가족은 심각한 피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대문 앞에 문상객의 승용차는 물론, 대형 버스를 개조해서 만든 운구차까지 수시로 주차하는 탓에, 교통 혼잡을 겪는 것은 차라리 사소한 편에 속합니다.


매일같이 들리는 유족들의 곡소리는 시끄럽다 못해 등골이 오싹해질 정돕니다. 최근엔 시주받으러 오신 한 스님이 절 측은한 눈으로 한 번 쳐다보신 후 돌아가시기도 했습니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요즘 들어 가위에 자주 눌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불안해서 미칠 지경입니다.


도저히 참기 어려워 30년 간 살아온 집을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기기로 결정했습니다만, 영안실 옆집인 탓에 제 값을 주고 팔긴 불가능해 보입니다.


병원 측에 손해배상 청구를 해 봤지만, “우리 측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해 생긴 피해가 아니기에, 배상해줄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입니다. 지금까지 입은 피해에 대해 병원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오지현(30, 가명)ㆍ대학원생)


A. 예상치 못한 고통으로 얼마나 피해를 입으셨을지 짐작이 갑니다. 이에 대해 우선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우리 민법 제217조 ①항은 ‘토지소유권자는 매연, 열기체, 액체, 음향, 진동 기타 이와 유사한 것으로 이웃 토지의 사용을 방해하거나 이웃 거주자의 생활에 고통을 주지 아니하도록 적당한 조처를 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나오는 권리를 ‘생활방해배제청구권’이라고 합니다.


생활방해의 정도가 심하여 불법행위에까지 이른 경우에는 당연히 민법 제750조가 인정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이 있다 하겠습니다.


대법원도 같은 취지의 판결(대판 1997. 10. 28, 95다15599)을 내린 바 있습니다. 오지현 님의 경우와 같은 사례인데요, “주택 옆에 종합병원 영안실이 생김으로 인해 인근에서 수시로 발인제가 거행되고, 시신이 운구되며, 유족들의 곡소리와 같은 소음에 시달리는 등의 생활방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은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수인의 한도를 넘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판결은 또 “종합병원 소유권자는 생활방해로 인하여 주택 거주자가 이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됨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오지현 님께 다시 한 번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하루 빨리 주거 평온을 되찾으시길 기원합니다.


유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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