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손보, 손해사정법인 대비 일당 차등 지급
실무교육 한번이 ‘전부’…경쟁력 약화 ‘우려’

<자료=NH농협손해보험>
<자료=NH농협손해보험>

[현대경제신문 박영준 기자] 태풍, 홍수 등 자연재해 발생 시 농민들의 피해를 정확히 조사하고 보험금 지급액을 계산해야 할 손해평가사 조직이 출범 초기부터 ‘계륵’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손해평가사 관리와 교육을 담당하는 농업정책보험금융원과 농작물재해보험의 보험금 조사를 맡기는 NH농협손해보험 모두 사실상 손해평가사 활용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19일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제1회 손해평가사 실무교육 결과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자격시험에서 430명 합격자 가운데 112명은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아 자격증을 보유하고도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합격자 실무교육을 이수한 411명 가운데 34명은 손해사정법인, 11명은 지역 단위농협에 취직해 정규직 일자리를 얻었다. 260명은 재해보험협회에 가입해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업계는 손해평가사들이 일거리를 얻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재해보험사업자인 농협손보의 위탁계약 방식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농협손보는 보험금 지급 시 정확한 손해액 조사와 평가를 위해 손해사정법인이나 손해평가사가 소속된 농어업재해보험협회와 위탁계약을 맺고 재해의 경중, 전문성, 지역 특성 등을 감안해 손해평가인력을 파견한다.

그러나 손해사정법인과 손해평가사가 같은 사고현장에 투입될 경우 받는 일당은 다르다. 손해사정법인은 60만원, 손해평가사는 20만원이 차등 지급되는데 이유는 농협손보가 손해사정법인에게 더 많은 일을 맡겨서다.

일각에서는 개별 손해사정법인이 농협손보와 직접 계약으로 재해조사 업무를 맡다보니 손해조사에 더 보수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손해사정법인과 손해평가사가 하나의 손해조사에서 손해사정법인의 피해율이 더 보수적으로 책정됐다면 농협손보가 손해사정법인에게만 재조사를 맡기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손해사정법인 관계자는 “같은 손해평가를 하더라도 농협손보의 일을 받는 손해사정법인 입장에서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손해평가사가 생긴 지 오래되지 않다보니 농협손보측에서 손해사정법인을 더 믿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손해평가사라는 신생 조직에 대한 교육이 잘 이뤄지지 않다보니 손해평가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6월 처음 자격증을 부여받은 1회 손해평가사들에게 주어진 교육은 손해평가 현장에서 7월 초 2박3일간 이뤄졌던 20시간의 실무교육이 전부다.

손해평가사에 할당된 교육은 처음 자격증을 부여받을 때 진행하는 실무교육과 수시교육, 3년에 1번 진행하는 보수교육 등이다. 그러나 올해 말까지 농업정책보험금융원에서 계획된 수시교육 일정은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한 손해평가사는 “손해평가사의 경쟁력이 높아지려면 현장조사에 적극적으로 투입되고 교육도 활발히 이뤄져야 하는데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나 농협손보 모두 관심이 없다”며 “실무교육 이후 손해평가사들끼리 침수피해 현장 등에서 자체 교육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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