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50년 전 경제개발계획은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가난하고 못 배운 여성근로자들의 희생으로 시작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땀은 세계사에 유례없는 초고속성장을 이뤄냈다. 경제 사령관 박정희는 조국을 경제 강국으로 만들었다. 경제개발계획 100주년이 되는 2061년,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현재우리의 선택과 노력이 후손에게 잠시 빌린 조국의 흥망을 결정한다.’ 

5년 전 모 월간지가 펴낸 경제개발50년을 회고하면서 당시 주역이었던 정부요인과 재계 인사들을 조명한 글이다. 그 가운데 당시 대통령 경제 제2수석비서관이었던 오원철 씨가 회고한 내용이다.

내용가운데 ‘…가난하고 못 배운 여성근로자들의 희생으로…’라는 대목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들이 지금 우리네 누이이며 어머니들이다. 자신이 못 배운다는 그 아픔을 억누르고 오빠와 동생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대신 취업일선에 나선 것이다. 그뿐 아니다. 그녀들의 어깨에는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무거운 짐까지 짊어진 이들이 허다했다. 대한민국은 그들의 희생위에서 오늘날 선진국으로 성장했다.

글에서는 그로부터 100년이 되는 ‘…2061년의 대한민국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를 기대하는 대목에서 가슴이 답답해짐은 어째서 일까. 45년 이후의 일을 두고 벌써부터 미래가 밝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지레 겁을 먹은 까닭일터이다.

45년 후라면, 아무리 백세시대가 도래했다고는 하지만 지금 50대라고 해도 거의 망백(望百)의 나이가 된다. 그동안 하고많은 일들이 전개되고도 남을 터인데 무슨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있느냐는 핀잔도 있을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못 배우고 가난한 누이들’이 일군 나라에서 잘 먹고 공부 많이 한 사람들이 이끌어 간다. 한동안 ‘군바리 혹은 워커’들이 이끌었던 나라를 이어받아 오늘에 이르렀다. 그들이 일군 경제를 바탕으로 정치를 거머쥐고 백성을 다스린다.

그런데 그런 과정에서 대한민국 역사에 드리운 공과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는가를 생각해보면 고개가 갸우뚱해 진다. 한마디로 어둡다는 말이다. 튼튼한 경제텃밭에서 잘 먹고 잘 배운 사람들이 이끌어 온 대한민국의 모습이 구겨지고, 그늘지고, 부끄럽기 때문이다.

경제가 가라앉고 있다는 진단은 벌써 오래전에 내려졌다. 민생이 피폐해지고 있다는 소리도 오래전부터 들렸다. 소득의 불균형, 청년실업의 악화, 계층 간 갈등심화 등등….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병이 이제는 골수에 사무쳤다. 고질병이 되고 말았다는 의미이다.

그것을 고칠 의사(위정자)로 잘해보겠다고 큰소리치던 이들을 갈아대보기도 했다. 백약이 무효인 형국이다. 우리경제의 문제가운데 그 어느 것 하나 바로잡아 세우는 이들이 없다.

오직 뭘 더 차지하고, 혼자 더 먹겠다고 아귀다툼만 하는 꼴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니 이런 판국이라면 45년 후라고 해서 크게 나아진다는 보장이 있겠는가.

국민은 국회의원에게 국정감사를 하라고 했지, 국정싸움을 하라고 명령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들은 허구한 날, 그것도 해마다 국정싸움으로 날을 지새우고 있다. 그러다가 시간을 보내고 그 다음엔 국민세금 더 먹기 싸움에 나선다. 

이러니 50년 아니 100년이 지난다고 달라질 게 뭐있겠는가. 상생이니 뭐니 하더니만, 고작 삿대질해가면서 드잡이 질하는 게 대한민국 국회의 자화상이다. 맥 빠진 대통령은 모르긴 해도 부재중일 게다. 그러니 국민은 누구를 그래도 믿어야 할지 방황하고 있다. 울고 싶은 심정이다.

못 배우고 가난한 누이들이 일군 경제텃밭에서 잘 먹고 잘 배운 이들이 지금 저지르고 있는 악습이 내일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역사는 눈 치켜뜨고 보고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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