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구조조정…‘상명하복’식 통제 어려워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현대경제신문 박영준 기자] 보험사의 전속설계사가 삼성맨, 한화맨이란 소속감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영업환경 악화로 설계사 감축이 잦아지면서 전속설계사들이 더 이상 한 회사에서 버티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보험사 전속 설계사 수는 19만8천명으로 3년 전인 2012년 말 24만1천명에 비해 4만2천명 가량(17.6%) 감소했다. 

특히 생명보험사의 경우 설계사 수가 2012년 말 14만6천명에서 작년 말 11만7천명으로 2만9천명(19.6%)이나 줄었다.

최근 1년새 변화를 살펴봐도 생보사의 설계사 이탈은 가속화되고 있는데 올 상반기 기준 전년동기 대비 가장 많은 설계사가 빠져나간 생보사는 교보생명으로 총 800명(-4.2%)이 줄었다.

이어 메트라이프 743명(-15.9%), AIA생명 647명(-27.3%), 한화생명 530명(-2.4%), 라이나생명 509명(-28.6%), NH농협생명 505명(-20.0%), 동양생명 497명(-12.3%), 신한생명 435명(-4.1%), 알리안츠생명 368명(-9.5%), 미래에셋생명 360명(-7.8%), 에이스생명 212명(23.6%), 삼성생명 183명(-0.6%), 흥국생명 182명(-4.1%) 등이 빠져나가며 감소세를 보였다.

GA로의 이탈에 따른 자연감소분 만큼이나 비용절감 등 전속채널 운영효율화를 위한 설계사 감축 노력도 지속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상위사들은 지난 2014년부터 약 2천명 가량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DGB생명, 미래에셋생명 등도 인력 다이어트가 있었다. 삼성생명 안팎으로는 내달 중 수백명 규모의 인력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란 이야기도 돌고 있다.

이처럼 저금리, 새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이슈 등 영업환경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 찬바람으로 전속설계사의 결속력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일선에서는 전속설계사와 함께 본사 인력인 지역단장, 지점장 등 관리직까지 축소되면서 영업직 특유의 ‘상명하복’ 문화가 통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기 자리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내 회사, 내 팀을 위해 판매실적을 높이자는 충성심을 가진 설계사를 찾아보기 힘든 환경이 됐다”며 “전속설계사가 삼성맨, 한화맨이란 소속감이나 자부심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력 충원은 어려운데 젊은 설계사가 자꾸 빠지면서 전속채널이 고령화되고 있다는 점도 보험사의 고민이다.

실제로 생보 전속설계사의 경우 2007년 46.5%이던 20~30대 비율이 지난해 25.9%까지 급감했다.

이전과 달리 높아진 GA채널의 위상과 더불어 모집수수료도 전속채널이 상대적으로 낮다보니 젊은 설계사를 수혈하기에도 어려운 환경이 됐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설계사채널이 고령화될수록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 매달리게 된다. 아무래도 생산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라며 “생산성도 떨어지고 회사에 대한 자부심도 낮아지다 보니 영업환경은 갈수록 악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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