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우리나라는 이미 새 대통령을 뽑는 이른바 대선정국에 접어든 게 분명하다. 4.13총선 결과 십 수 년 만에 집권여당이 야당에 패해 소위 여소야대라는 불편한(여당의 입장에서)정국이 전개되면서 국민입장에서는 뭔가 새로운 정국이 전개될 것이라는 기대가 없지 않았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각기 내부갈등을 가감 없이 보여준 터였기에, 의외의 결과를 받아든 양당의 각오는 다를 것이라 믿었다. 유권자가 갖는 최소한도의 기대심리라고 해도 좋다. 하지만 역시 우리정치수준은 아직도 구태에서 한 치도 더 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당장 세계지표에서 우리나라가 처해있는 위상이 어떠한지조차 모르는 것 같다는 지탄을 받고 있다. 또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당장 무엇이 시급한지 조차 모른다는 비난에 직면해있다. 아니, 안다고 해도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핑계거리를 동원해서 책임회피만 일삼고 있는 집단이 바로 위정자들이라는 것이다.

정국은 총선이 끝난 지 불과 3개월 여 만에 명년 말 대선을 겨냥한 포석에 매몰돼 있다. ‘당대표를 누가 맡아야 우리 편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서 대권을 노릴 수 있다’는 포석놀이에 빠져있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각 당은 계파정치를 혁파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나마나한 구호라는 것을 그들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러면서도 건국 이래 지금껏 낡은 구호를 유행가 부르듯 구가하고 있다.

게다가 과거정권이 밟아왔던 전철을 고스란히 따라 하고 있다. 소위 ‘대통령몰아내기’가 그것이다. 어차피 레임덕을 겪을 양이면 소속 당에서 나와 홀로 임기를 마무리하라는 ‘대통령 따돌리기’가 그것이다.

이미 여권의 모모한 인사들은 대중매체에 나와 ‘과거 어느 정권에선들 대통령몰아내기를 하지 않은 선례가 있었느냐’는 식으로 되묻고 있을 정도다.

집권초기 이들은 ‘대통령 말씀’을 앞세워 당료들을 쥐 몰듯 몰아붙여 집권자의 맘에 꼭 들고 싶어 했던 사람들이 아니던가. 불과 4년도 안 돼 이제는 이들이 앞장서서 대통령을 뒷방늙은이취급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들 의중에는 이미 ‘대통령 없는 나라’인성 싶다. 그러면서 그들이 꼭 하는 말은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한 수순은 의외로 간단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첫째, 남은 임기 중 국가가 당장 해결해야할 사안이 무엇인가를 알고 그 처방을 내놓아야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차기권력을 고려한 어떠한 모색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세 번째는 영(令)이 분명하게 서도록 확인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대통령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이것도 저것도 안 되고, 반대만해서는 국정을 무엇으로 이끌어 가겠는가, 정부의 안(案)보다 더 좋은 안이 있다면 언제든지 의견을 제시하라.”는 식의 발언에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오죽했으면 대통령이 저런 말을 했을까 싶으면서도, 앞으로 대한민국은 무슨 힘으로 파도를 헤쳐 나가야만 하는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힘 빠진 황소가 남은 밭을 어찌 갈겠으며 파종은 언제 마무리하겠는가. 집안에 있는 아이들은 해거름에 밥 달라고 칭얼대는 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문득 대한민국의 형편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싶다. 정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국민은 잘 안다. 빈 독차지하려다 그나마 깨뜨리고 마는 어리석은 놀음은 하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안보의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정권은 레임덕상황에 놓여있다. 그보다 먼저 민생은 실로 장기불황속에서 긴급수혈을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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