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젊은 인구가 줄면 술집이 문을 닫고, 커피숍, 노래방도 줄고, 미용실도 준다. 일본도 거리의 상점 하나하나가 비더니 나중에는 통째로 사라졌다. 골목상권이 무너지면 내수기업중심으로 매출이 준다. 매출이 줄면 기업은 임금과 고용에 손을 댄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개인과 기업의 수입이 줄면 정부의 세입이 줄고 재정적자가 확대된다. 이 악순환이 무서운 복합 불황, 곧 잃어버린 20년이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사태가 곧 닥친다.”

김현철(서울대 국제대학원)교수의 말이다. 이른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빗대 우리의 경제적 현실을 직시한 것이다. 그는 경영학을 전공하는 교수다. 그런 그가 경영이 아니라 경제현실에 대해 이런 우려를 표명한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일본에서 경제를 공부한 전문가이기 때문에 거의 미국유학파들인 우리경제학계의 아킬레스건을 지적한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우리는 일본을 따라잡는 데에 커다란 자아도취에 빠져있었다. 일정부문 일본을 따라잡은 것도 사실이다. 그 사이 일본은 20여 년 동안 각종 버블이 꺼져 내리면서 심각한 경제사회적 지각변동을 겪어야 했다.

세계 최고라고 자랑했던 부분이 이웃나라 한국에 따라잡히거나 국제시장에서 밀리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우리는 그런 일본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어리석은 일본’을 비웃기 조차했다. 

한때 자본주의의 종주국 미국의 심장을 겨누기라도 하듯, 미국이 자랑하는 상징적인 것들은 사들이던 일본이다. 그만큼 일본경제는 세계를 호령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호기는 그리 길지 못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 그대로 일본의 내리막은 무려 20년이 걸릴 정도로 길고도 어두웠다. 우리는 그것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 그 고난의 역정, 일본의 처지를 두 눈으로 지켜보아온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과거 일본의 ‘고난의 길’은 고스란히 따라 걷고 있다는 것이 김현철 교수의 아픈 지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본의 역경을 지켜보면서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그냥 남의 일로만 보았다는 말인가?

‘그렇다’는 대답밖에 할 말이 없다. 20년 동안, 이미 우리도 다른 나라에 내준 세계최고라던 밥그릇에 만족했을 뿐 일본의 고통을 통해 우리의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은 없었다. 이미 늦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적이다. 그러면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일본을 보면서 우리는 그들을 고스란히 따라 하기만 했을 뿐이다. 일본식 기업경영, 일본식 생활 패턴 등등을 답습했다는 말이다. 그러니 일본을 따라 고난의 길에 들어섰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최근 들어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차츰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점점 구렁텅이에 빠져들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경제뿐만 아니다. 정치, 외교 등등 전 분야에 걸친 난맥상이 민생경제와 직결돼 위기상황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도입이 확정되자 후폭풍에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당장 어렵사리 지탱해 오던 수출이 머잖아 직격탄을 맞지 않을까 걱정이다. 중국이 당장 우리와의 거래를 끊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우리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사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의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며 강력한 보복조치를 들먹이고 있는 것이다.

그네들의 반대도 나름 이해가 간다. 그런데 소위 우리 야권의 사드도입반대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면서 사드를 도입하는 까닭은 북한의 핵미사일을 차단하는데 목적이 있다. 안보상 다른 무기체계를 선택할 여지가 없어서인 것이다. 그런데 국민투표를 하자는 둥 여러 반대논리를 동원하는 그들의 속셈을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게 많은 국민의 소리다. 

또 길고 긴 정쟁의 세월이 민생의 길을 어둡게 한다. 캄캄한 함정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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